“증오범죄 극복” 뉴욕 할렘 고교서 ‘미나리’ 특별상영회

입력 2021-05-27 04:06
‘미나리’ 온라인 상영회에 참가한 뉴욕 데모크라시프렙 고교생들.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이 눌려 사망한 지 1년이 된 25일(현지시간) 전후로 미국 전역에선 인종차별을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흑인에 대한 차별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아시아인 증오범죄도 떨쳐내자는 취지의 행사도 함께 열렸다.

뉴욕한국문화원은 지난 21일 미국 뉴욕 할렘의 데모크라시프렙 공립고 학생과 교직원 250여명과 함께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미나리’ 온라인 특별상영회를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 학교는 뉴욕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됐다.

이번 상영회는 학교가 매년 5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부로 진행됐다. 대한무역진흥공사와 뉴욕 aT센터가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한국의 과자와 음식이 담긴 상자를 후원했다. 뉴욕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아시아계 증오범죄로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해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윤증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미국 사회에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영화를 골랐다”면서 “아시아인 증오범죄와 인종 간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연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유엔한국대표부에서도 최근 아시아인 증오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유엔 사무국과 산하 기구, 회원국 대표부 직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미나리’ 온라인 시사회를 가졌다. 아시아계 유엔 직원들은 시사회에서 미국에 정착해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 가족의 서사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권에선 플로이드 사망 1주기를 맞아 경찰개혁법안(플로이드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위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함께 배석한 유족 접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들은 끔찍한 9분29초짜리 동영상을 볼 때마다 고통과 슬픔을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의 조카 윌리엄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법안에 조지의 유산이 담기길 원한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미 하원은 지난 3일 경찰개혁안법을 212표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법안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목을 조를 수 없고, 용의자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경찰에 대한 면책 특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이 경찰관 보호를 이유로 면책 특권 제한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