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은 ESG(환경·사회문제·지배구조) 위원회를 잇달아 설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SG는 기업과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각각 사업 영역에서 ESG를 추진 중이다. 사업장에선 전력소모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100% 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사용하는 RE100에 가입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가전제품 포장지를 동물들의 장난감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에코 포장재도 나오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 포장재에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움직임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차량이동이 많은 택배업체 등에서는 전기차 도입을 서두르고, 각종 포장재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ESG 수준을 선진국과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가 단순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 환경규제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미·일 매출액 100대 기업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평가 결과를 비교한 결과 ESG 성적표는 일본, 미국, 한국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평가기관 기준으로는 아직 한국 기업의 ESG가 뒤처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 규모와 사업 성격 등을 고려해 가능한 분야부터 ESG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산부가 함께 개최한 ‘제3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에서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국내 중소기업의 ESG 대응 수준이 높지 못하다”며 “중소기업은 자원과 역량이 한정된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이 적은 사회적책임 쪽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수이 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6일 ‘캐나다 공적연기금(CPP)의 ESG 투자 전략과 국제금융시장 전망’을 주제로 한 세계경제연구원 온라인 세미나에서 “ESG 개념은 ‘남들 다 하니까 일단 하고보자’는 식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계획 등에 완전히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ESG를 향한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이 지속되게 하려면 규제 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활동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