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스포츠 종목별 단체 대표자들 앞에서 도쿄올림픽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가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금지’ 권고로 올려 올림픽 취소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바흐 위원장은 “마지막 전력 질주”라는 말로 개최 준비를 독려했다. 미국 백악관도 “선수들의 도쿄 파견을 논의하고 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유력 일간지의 사설이 나오는 등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26일(한국시간) 종목별 단체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국제경기연맹(IF) 화상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올림픽 개최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출전을 앞둔 선수들처럼 우리는 마지막 전력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특히 일본을 ‘자애로운 개최국’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23일 국제하키연맹 화상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를 위한 희생’을 언급했다가 불거진 일본의 반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바흐 위원장은 “최우선 과제는 선수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 자애로운 개최국인 일본 국민에게 안전한 올림픽”이라며 “협력자이자 친구인 일본과 함께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코로나19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에 파견될 각국 선수와 임원 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주장하면서 “올림픽 참가자 스스로를 보호하고 일본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독려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IF는 국제대회에서 각 종목을 주관하는 체육단체의 연합체다. 세계태권도연맹을 포함한 하계올림픽 33개 종목 주관 단체들도 IF에 가입돼 있다. IF 화상 포럼에 참석한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는 “바흐 위원장의 기조연설에 따라 종목별 단체는 취소를 가정하지 않고 개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스포츠계의 ‘큰손’인 미국도 올림픽 취소론을 잠재우고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국무부의 일본 여행경보 ‘금지’ 권고에 따른 미국 선수단의 올림픽 불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올림픽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절차 안에서 올림픽이라는 ‘우산’ 아래로 선수단 파견을 논의하고 있음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정작 개최국인 일본 분위기는 다르다.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이날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대부분 올림픽 후원사인 일본 유력 신문에서 사설을 통해 취소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사히신문도 올림픽 후원사다.
신문은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도쿄도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의 재연장을 피할 수 없는 정세”라며 “사람들의 당연한 의문과 우려를 외면하고 돌진하는 정부, 도쿄도, 올림픽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커져만 간다. 냉정히, 객관적으로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여름 개최 취소 결단을 내릴 것을 총리에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코로나19 긴급사태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나온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IOC의 독선적인 체질을 재차 각인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철오 조성은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