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13)은 좋아하던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나체사진에 합성해 단체채팅방에 유포했다. 고백을 거부당하자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였다. A군은 “(사진합성이) 흔한 일이라 장난삼아 한 번 해봤다”고 말했다.
B군(15)은 초등학생때 SNS에서 ‘화장실 불법촬영물’을 본 이후 유사한 영상을 계속 찾아봤다. 중학생이 돼선 직접 불법촬영을 시도했다. 학원 화장실, 버스 등에서 여학생을 불법촬영하다 적발됐다.
서울시는 초·중학생의 디지털 성범죄 가해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 최초로 가해자 상담·교육을 진행하고 26일 상담사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가해학생 대부분은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왕따 등 학교폭력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상담자는 총 91명으로 남학생 87명, 여학생 4명였다. 가해 청소년 10명 중 9명은 디지털 성범죄를 무거운 범죄라 생각하지 않았다. ‘큰일이라 생각하지 못함’ 응답이 21%로 가장 많았고 ‘재미·장난’ 19%, ‘호기심’ 19%, ‘충동’ 16%, ‘남들 따라서’ 10%였다.
학교폭력과 디지털 성범죄가 결합된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싸우거나 마음에 안 드는 아이가 있으면 보복하기 위해 사진합성이나 불법촬영을 해 단체채팅방에 유포한다”며 “과거엔 때렸다면 이젠 굴욕적인 영상을 찍거나 나체사진을 합성하는 식”이라고 했다.
가해 유형별로는 ‘SNS 등으로 불법촬영물을 게시·공유’가 43%로 가장 높았고, ‘카메라 등으로 불법촬영’이 19%, ‘불법촬영물 소지’ 11%, ‘허위 영상물 제작·배포’ 6%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는 아동·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 웹사이트, 메신저로 유포됐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C군(17)은 SNS에서 ‘사진합성’ 광고를 보고 걸그룹 사진을 포르노와 합성해달라고 의뢰했다.
업체는 C군의 SNS에 올라온 개인정보를 악용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포르노사진 합성 의뢰’ 사실을 알리겠다 협박하며 C군에게 굴욕적인 동영상을 찍게 했다. 이후엔 동영상 유포를 협박하며 돈을 갈취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