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방역수칙 완화 방침을 내놨다. 우선 다음 달부터 백신 1회 접종을 마친 경우 직계가족모임 인원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어 7월부터는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실외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거나 정규 종교활동 시 인원 제한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하면 사적 모임뿐 아니라 식당, 카페, 결혼식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인원 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에게 이런저런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마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없지 않은 상황에서 1차 백신 접종자에게 노 마스크를 허용하는 게 타당한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불과 보름 전까지 “노 마스크는 시기상조”라고 했던 정부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세계 각국에 “노 마스크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7월이면 1차 접종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접종률과 방역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가.
정부가 미국 등 백신 선진국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이스라엘의 경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대한 노 마스크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는 걸 정부는 모르지 않을 게다. WHO를 비롯한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았다고 100% 예방 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전파력이 훨씬 센 변이바이러스 침투를 막으려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접종자와 미접종자 구분도 난제다. 수많은 사람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서는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가리기는 어렵다. 미접종자가 접종자 행세할 경우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100% 적발하지 못할 바에야 지금처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하는 것이 위험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6일 0시 현재 707명으로 12일 만에 700명대로 올라섰다. 감염재생산지수도 다시 1을 넘어섰다. 지금은 방역 고삐를 죌 때지 풀 때가 아니다. 특히 노 마스크 같은 조치는 국민들의 긴장 이완을 부를 수 있는 만큼 특히 신중해야 한다. 노 마스크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된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
[사설] 불과 보름 전까지 ‘노 마스크는 시기상조’라더니
입력 2021-05-2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