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전당 될라”… 與, ‘이준석 돌풍’에 민심 듣기 잰걸음

입력 2021-05-26 00:04
송영길(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 직후 홍보버스 앞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당 쇄신의 일환으로 ‘민심경청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민주당은 “꼰대 정당에서 탈피하겠다”며 이탈한 2030세대의 마음을 붙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민심경청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의 시민들을 만나 바닥 민심을 듣기로 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국민이 회초리를 들었는데, 자꾸 당내에서 질서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이 때렸으면 아파야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게 맞다”며 프로젝트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첫 번째 민심경청 프로젝트로 서울과 부산의 청년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2030청년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부산의 한 청년은 “민주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정유라 사건에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는데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결이 다르다’며 같은 비교 대상에 놓지 말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밀라던 대통령의 말은 칼이 들어왔을 때 민주당의 내로남불 태도에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가장 아픈 점”이라며 “민주당이 무조건 반성하고 죄송하다고 하면 납득이 안 되니 민심경청을 계기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청년은 “당에서 헌신한 2030세대 처우를 생각해야 한다”며 “수많은 사람이 당 변화를 위해 헌신하지만, 내부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치권이 가장 열정페이가 심한 곳”이라며 당 청년위원회 시스템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30대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자 ‘2030민심’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한 2030세대가 이 전 최고위원을 계기로 국민의힘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강한 혁신의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가시적인 결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상승세를 두고 ‘장유유서’ 논란이 벌어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TBS 라디오에서 ‘이준석 돌풍’에 대해 장유유서 문화를 언급하자, 곧바로 이 전 최고위원은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란 시험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는 것”이라며 받아쳤다. 정 전 총리는 “정당 내에 잔존하는 장유유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꼰대 정당’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던지느냐도 과제다. 국민의힘은 젊은 정치인이 선전할 정도로 유연해진 반면 민주당은 청년정치인들이 강성당원과 당의 ‘원팀’ 기조에 가로막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청년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꼰대 정당을 벗어나고 세대교체를 말하려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하는데 눈에 띄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2030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결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송 대표는 이를 위해 청년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보증해서 임대차만큼은 2.7% 금리로 빌리는 누구나 보증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거료를 반으로 줄여 가처분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