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9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서면조사도 진행했지만 조 의장 등과의 공모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최 회장은 입건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25일 ‘SK 2인자’로 불리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SKC가 자본잠식에 빠진 SK텔레시스에 유상증자로 총 899억원을 투자해 SKC에 손실을 끼쳤다고 본다. 유상증자는 2012년 9월과 2015년 6월 두 차례 이뤄졌다. 당시 SK그룹에선 ‘SK텔레시스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 등이 조직됐고 조 의장은 이에 관여했다.
검찰은 유상증자 논의가 SK텔레시스 대표였던 최신원(구속 기소) SK네트웍스 회장의 요구로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그룹 차원에서 요구를 들어준 두 가지 동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SK텔레시스가 부도 날 경우 부정적 여론으로 최태원 회장 재판 및 사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논의됐다. 최 회장은 2012년 1월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2015년 8월 사면됐다. 또 최 회장과 최신원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고려됐다. 최신원 회장은 최 회장의 사촌형이고 SK 최종건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다.
검찰은 최 회장도 이런 사항들을 고려해 유상증자 추진을 승인한 정황을 확보했다. 다만 이후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 행위들을 최 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 당시 SK텔레시스는 SKC 이사회에 허위 또는 부실 보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SKC 이사회 관계자들은 검찰에서 ‘자신들도 속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 조 의장 및 최신원 회장 등은 개입했지만 최 회장 관여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최신원 회장 운영 회사에 횡령·배임 등이 발생한 배경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최 회장이 그룹 회장이 된 후 최신원 회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이 때문에 최신원 회장 회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신원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SK텔레시스에 투자된 금액 899억원은 회수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최신원 회장 및 조 의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SK그룹은 “당시 SKC 이사회는 충실한 경영진단 등을 토대로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성공한 유상증자였다”고 해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