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명이 가입한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은 고(故)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 한 달째인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경찰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반진사는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목격자 진술,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 내역 등 수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양측이 생각하는 실체적 진실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 ‘종이의 TV’ 진행자이자 반진사 운영진인 박재용씨는 “경찰과 언론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상식적으로 볼 때 매우 수상한 행동을 한 손씨의 친구 A씨를 비호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지금도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진사는 손씨 실종 이후 경찰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본다. ‘손씨 실종 후 이 사건을 단순 실종으로 간주해 시신 발견까지 5일이 소요된 점’ ‘반포한강공원 CCTV 확보를 신속하게 하지 않은 점’ ‘친구 A씨와 가족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에 대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경찰 수사의 문제를 지적한다.
반면 경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초서는 강력팀 7개를 모두 투입해 온라인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손씨 시신을 민간구조사의 수색견이 처음 발견한 것에 대해선 경찰 협조하에 이뤄진 합동 수색이었다고 설명한다. 실종 이후 시간대 CCTV까지 분석해 목격자 확보에 나서고 있고, A씨에 대해서도 모두 7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한편에선 ‘대안적 사실(믿고 싶은 진실)’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A씨가 평소 손씨를 안 좋게 생각했고 기회를 봐서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등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내용의 123쪽 분량의 손씨 사건 분석 보고서까지 공유되고 있다. 보고서 작성자에 대해 경찰은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근거 없는 의혹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제2의 타진요 카페가 탄생했다’며 자제를 당부하는 글도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뜻의 타진요는 2010년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을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타블로의 졸업 사실이 증명된 이후에도 이를 믿지 않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버 등이 만들어낸 그럴듯한 사건 관련 대안 사실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실체적 진실로 대우받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국가와 정부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양극단으로 쏠리게 만들어 반목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손씨 양말에 묻은 토양이 수심 1.5m 토양 성분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가) 손씨 양말의 토양은 육지 토양은 아니었고, 강가에서 10.5m 들어간 지점의 바닥 토양 성분과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했다”고 밝혔다. 육지로부터 10.5m 떨어진 곳의 수심은 약 1.5m 정도다. 손씨의 키는 약 1m67㎝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수중에서 떠다니던 토양 성분이 묻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