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면서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취소·연기 여론이 최고조로 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에 영향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미국의 올림픽 불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단계인 4단계 ‘여행금지’ 권고를 발령했다. 일본은 그동안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재고’ 지역이었다.
일단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일본 여행금지 권고가 대표팀 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안팎에선 이번 조치가 올림픽 개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올림픽 개최 계획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라며 “올림픽 개최를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일본에 신선한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스포츠는 “미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왔다”며 “스포츠 대국인 미국 선수단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 동조하는 타국 선수단이 이를 따르는 사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교도통신도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미국 선수단을 파견할지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파장을 막기 위해 분주했다. 모테기 도시미쓰(사진) 외무상은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해 “필요한 경우의 도항(渡航·배나 항공기를 타고 외국에 감)은 금지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 결정을 지지한다는 미국 입장에 어떤 변화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담당상(장관)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로선 특별한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금융 전문가 도시마 이쓰오의 칼럼을 통해 미국의 여행금지 권고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도움이라고 해석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외압’에 의한 올림픽 포기를 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림픽 취소 여론은 연일 커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도쿄도 내 유권자 60.2%가 올림픽을 중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안전·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실현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한 스가 총리 설명에 “납득할 수 없다”고 한 응답자도 67.2%나 됐다.
가디언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23일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이 일본 사회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도 다마지역 기초의회 전현직 의원 132명은 전날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요청서를 스가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보냈다.
올림픽 개최 강행이 일본의 코로나19 극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다나카 다이스케 도쿄대 준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올림픽 개최 시 확진자 추이를 예측한 결과 대회 기간 경제활동 등이 활발해져 인파가 10% 늘 때 9월 초 도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24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림픽을 취소한 경우 예상되는 확진자 617명의 약 3.3배다. 연구팀은 대회 기간 선수단이나 관계자 등 10만5000명 정도가 일본에 입국하고 이 가운데 절반이 백신 접종을 끝낸 상태로 가정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