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국 원두로 만든 커피 ‘보은의 향기’로 퍼져간다

입력 2021-05-27 03:05
한국전 참전 영웅에게 바치는 커피 ‘카페 히어로(왼쪽 위)’를 비롯해 아비시니카 커피 브랜드는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진은 각 브랜드별 이미지.아비시니카유니온 제공

잊혀진 한국전 참전 용사를 돕기 위해 참전국 커피를 수입하고 있는 아비시니카유니온(회장 신광철)은 커피 브랜드에 참전용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국땅 한국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전용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다. 아비시니카유니온은 20여년간 한국전 참전 용사를 기억하자는 캠페인과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참전국 28개 나라에서 35종의 원두를 들여와 70개 종목의 커피를 만들고 있다. 서울 업무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커피 로스팅은 강원도 춘천 공장에서 한다.

먼저 한국전쟁 참전 영웅들께 바치는 커피가 있다. ‘카페 히어로’다.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6·25 한국전쟁 전투병 참전국과 의료지원국, 물자 지원국 19개 나라 20종류의 커피를 블랜딩했다. 한국전쟁 70주년에 맞춰 2020년 출시했다. 신광철 회장은 “커피를 종류별로 선별, 브랜딩한 최고봉의 커피”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70주년이다. 에티오피아 등 28개국 나라의 젊은 청년들이 1951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현재 생존한 해외 참전 용사는 11만여명이다. 미군이 10만여명, 에티오피아 100여명, 콜롬비아 400여명, 터키 1500여명 등이다. 신 회장은 “선진국 참전 용사를 제외한 상당수가 전쟁 후유증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면서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그 마음을 커피 브랜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굿윌커피R’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용사와 가족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또 에티오피아 커피를 생산하는 싱글맘 후원 의미도 갖고 있다. 한국을 도와준 ‘좋은 일’(Good Will),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좋은 일’을 브랜드명에 표시했다.

아비시니카유니온은 에티오피아 싱글맘을 돕는 구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와일드플라워’라는 단체(NGO)를 만들어 현지에서 싱글맘 자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들꽃’이란 뜻의 커피 브랜드 ‘와일드플라워’가 싱글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생두 선별 작업 공정 중에서 가장 정교한 부분은 모두 손으로 하는데 이는 여자, 특히 아이를 업고 일하는 싱글맘이 한다. 이들 삶이 들에 핀 야생화같다 해서 와일드플라워로 이름 지었다고 했다.

아비시니카 커피 브랜드 중 꽃과 관련된 브랜드가 또 있다. ‘모카플라워’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대명사는 모카다. 이 모카의 명성을 얻은 커피가 ‘하라 커피’이며 남성적 커피로 구분된다. 이에 반해 에티오피아의 여성적 커피는 ‘커피의 꽃’이라 불리는 ‘예가체프’다. 모카플라워는 최고 등급의 두 종류를 섞어 만들었다.

아비시니카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용사의 힘겨운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에티오피아를 돕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티오피아 대사관의 제안으로 에티오피아 정부가 관리하는 커피를 독점 수입한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커피 브랜드가 많다.

브랜드 ‘하베샤’는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다. 여기에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자존심이 들어 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기원인 나라다. 또 아프리카에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는 유일한 나라로 자부심이 상당하다. 하베샤라는 말은 아프리카에서 에티오피아 사람을 일컫는다. 과거엔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커피다.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 시다모, 구지 등 세 가지 생두를 섞어 만들었다.

‘카페 오르미아’는 에티오피아 인구의 60%가 사는 오르미아산 커피로만 로스팅했다. ‘시다마게데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시다모’와 ‘예가체프’가 생산되는 지역의 이름을 땄다. ‘아비시니카 에스프레소’는 에티오피아 커피의 대표 선수다. 아비시니카는 에티오피아 커피의 국가브랜드다. 또 신선도를 높인 가공 방식 ‘허니 프로세스’로 생산된 최고 등급의 ‘클라우드 나인’도 있다. 이 브랜드명 자체가 ‘최고 등급’이라는 뜻이다.

아비시니카 브랜드 중에 ‘오마이카페’는 콜롬비아 원두를 사용한다. ‘오마이카페 스탠다드’는 콜롬비아 수프리모와 에티오피아의 3종류 워시드 커피로 블랜딩했다. 누가 내려도 안정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마이카페 프리미엄’은 오마이카페 스탠다드에 커피 향미를 더했다. ‘오마이카페 시그니쳐’는 최고등급 생두로 블랜딩했다.

신 회장은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과 그 나라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도 그들에 대한 보은”이라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비시니카 커피에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커피를 하나 구매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이 참전국 용사와 가족에게 전달되는 것”이라며 “수익금으로 그들을 후원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