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기후위기 시대, 지으신 그대로 가꿔가는 ‘창조세계 지킴이’

입력 2021-05-28 19:18
전주고백교회 성도들이 교회 내 조성된 정원을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우주 생명은 우리가 꽉 잡고 있당게.” 영화 속 슈퍼 히어로가 할 법한 이 말은 전주 완산구 전주고백교회(이강실 목사) 내 환경부서인 ‘우주생명위원회’ 회원들이 외치는 말이다. 환경 돌봄의 범주를 우주까지 확장한 우주생명위원회의 구성원은 이 교회의 전 교인. 이들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와 전기 절약에 앞장서고 나눔장터와 친환경 채식요리교실 등을 열며 일상에서 탄소 배출 저감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후변화 대응 전성시대’다.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다국적기업이 나서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여러 방안을 실천·모색 중이다. 한국교회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기독교환경운동연대(상임대표 양재성)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회(위원장 안홍택)가 다음 달 6일 제38회 환경주일을 맞아 선정한 ‘2021년 올해의 녹색교회’ 8곳의 면면을 살펴보며 그 비결을 알아본다(국민일보 2021년 5월26일자 30면 참조).

교회가 곧 친환경 교육의 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 광주계림교회 전경.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인 광주광역시 동구의 광주계림교회(최요한 목사)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 건축물을 염두에 두고 2017년 예배당을 신축했다. 옥상에 대규모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며, 빗물 저장소와 지하수 시설도 마련해 교회 내 연못과 정원, 옥상 텃밭을 가꾸고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책 1000여권을 비치한 교회 1층 ‘식물 그림책 작은 도서관’을 개방해 지역사회 다음세대 환경교육에도 나선다.

시온교회의 다음세대 환경교육 현장.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시온교회(김영진 목사)는 충남 보령에서 문화와 생태적 감수성을 반영한 목회로 친환경 활동에 나선 경우다. 교회는 성도의 돼지 축사를 숲으로 가꿔 ‘신죽리 수목원’으로 조성하고 이곳에서 초등학생 방과후 활동을 진행하며 다음세대에 생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다. 주보엔 매주 ‘주간 농사정보’를 실어 친환경 농업과 건강한 농촌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을 소개한다.

검단참좋은교회의 제로 웨이스트숍 내부 모습.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인천 서구의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 검단참좋은교회(유승범 목사)는 2018년 설립된 젊은 교회지만 자체 환경교육프로그램 진행, 교회 내 제로 웨이스트숍 설치 등 여느 교회보다 친환경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제로 웨이스트숍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조금이나마 지역 문제를 해결코자 최근 마련했다. 앞으로 교회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교회에서 환경특강을 여는 등 생태환경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와 계속 협력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환경 문제에도 목소리

울산새생명교회 성도들이 울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 동참한 모습.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주변의 환경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지역의 환경 지킴이’를 자처하는 교회의 주요 역할이다. 1989년 교회 설립 때부터 지역사회 환경운동에 앞장서 온 기장 교단의 울산새생명교회(한기양 목사)가 대표적이다. 교회는 그간 ‘태화강 십리 대숲 살리기’ ‘태화강 살리기’ 등의 운동에 참여해 울산을 생태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 최근엔 ‘울산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해 기후위기 대응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같은 교단의 전주고백교회 역시 89년 설립 당시부터 ‘생태적 영성’을 표방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생명살림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엄금, 헌 물품 장터 상시 판매 등 교회 내부의 실천도 열심이지만 새만금 해수유통, 유전자 조작 농산물 재배 등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시재생·소외이웃 도우며 환경 보호

예비사회적기업 농업회사법인 ‘바보농부들’을 세운 빛마을교회 청년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경북 영주시 빛마을교회(이희진 목사)는 산촌유학센터와 카페 ‘작은 오두막’, 예비사회적기업 농업회사법인 ‘바보농부들’을 운영하며 도시재생과 환경선교를 동시 진행한다. 이들 사업은 초고령화가 진행 중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회 성도들이 생태적 영성과 유기농 농법을 접목해 개발했다. 현재 치유농법 및 종 다양성 보존을 지향하는 ‘퍼머컬처 커뮤니티 가든’도 열어 지역 주민과 방문자가 공동으로 작물을 가꾸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인천 강화군 일벗교회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먹거리 교육 현장.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같은 교단의 인천 강화군 일벗교회(서정훈 목사)는 농촌 취약계층을 섬기고 환경도 보호하자는 취지로 2006년 설립됐다. 교회는 2008년 ‘사회적기업 콩세알’을 세워 두부 등 농산물 가공사업으로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했다. 친환경 농법 보급 및 젊은 귀농·귀촌인 지원, 로컬푸드 운동 등으로 지역 활성화와 친환경 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쓰고 있다. 생태적 시각으로 성경을 읽는 모임을 운영하며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다짐하는 신앙고백문도 작성하는 등 환경선교에도 열심이다.

해남새롬교회의 녹색가게 앞에서 교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 학생들이 함께한 모습.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전남 해남군의 해남새롬교회(이호군 목사) 역시 기감 소속으로 푸드뱅크, 나눔 냉장고, 초록가게, 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며 지역 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와 자원순환 운동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초록가게의 경우 지역 내 15개의 헌 옷 수거함에서 들어오는 의류를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에게 싼 가격으로 팔고, 남은 건 해외 저소득국가에 보내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에 동참해 지역 농산물로 교회와 지역아동센터 밥상을 차리며, 도시교회에도 지역 농산물을 판매 중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