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공무원 아버지는 음주가 심하고, 조현병 환자인 40대 어머니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학교도 보내지도 않고 외부전화도 안 받아요.”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전달받은 인천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할아버지에게 연락한 뒤 이 가정을 방문했지만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문을 강제로 열고 초등생 2명을 어렵게 구출했다. 아이들은 임시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지방에 사는 조부모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인천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11월 서구 이레메디칼센터 10층에 문을 열었다. 인천 서구와 강화군의 아동학대 사례 450건을 담당하고 있다. 서구와 강화군 인구가 65만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동학대 문제로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육교사 2명이 구속될 정도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장애아동 학대 사건을 처음 확인해 수사기관에 알린 곳도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었다.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심한 장애아동 6명 중 5명이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고 다른 어린이집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 서구청은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신체학대와 정서학대를 받은 아동 14명에 대해 좋은마음상담센터와 연계해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법적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에 대해선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연결해 해결했다. 대체교사 4명이 투입된 어린이집에는 불시방문을 통해 아동학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장애아들을 유기한 아버지도 있었다. A씨(42·인천 서구)는 올해 설 연휴 당시 부부싸움 후 폭행을 견디다못한 부인이 친정으로 가버리자 장애를 가진 아들 B군(9·초등 3년)을 서울 강서구의 처갓집 앞에 두고 초인종만 누른채 돌아갔다. B군은 처갓집에 들어가지 않고 인근 약국 앞을 서성이다 한 시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B군의 어머니를 설득했지만 B군의 어머니는 양육을 포기했다.
B군은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특성 때문에 임시보호시설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경기도 양평의 한 시설에서 명절을 보내고 지금은 인천 연수구의 ‘허브단기보호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서구아동보호전문기관은 특수학교인 서희학교에서 교재를 받아 B군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112신고가 접수되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을 통해 사례가 공유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부모들이 퇴근하고, 어린이들이 하교한 뒤 집을 불시에 방문해 상처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방문이 어려울 경우 센터의 차량에서 상황을 파악하기도 한다. 육안으로 폭행흔적이 발견되면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아동에 대해서도 학대여부를 확인한다.
아동복지법 제3조제7호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적 처벌에 앞서 아동학대를 하지 않도록 사례관리를 하는 곳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은 2인1조로 아동학대에 대해 엄중한 판단을 내리는 자신들의 역할과 관련,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부모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보다 부모 입장에서 판단하는 장점이 있다. 장애아동을 부모와 분리할 경우 사회적 돌봄을 위한 국가적 비용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김종택 인천 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인천 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신설된 취지가 공공성 강화라는 점을 감안해 부모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부모도 아동을 인격적으로 대하도록 회복시키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동학대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을 방문해 필요한 것을 연계해 주기 때문에 부모들도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한 아동보호전문가는 “아동학대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시보호시설이 부족하다”며 “님비현상으로 새로 시설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워 원래 있던 곳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글·사진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지역리포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