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부동산법… 임대사업자 매물 유도에 걸림돌

입력 2021-05-25 00:06

정부와 여당이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거나 자동말소한 임대사업자들의 주택에 대해 6개월 이내 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10% 포인트 중과 방안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자 매물 출회를 끌어내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하지만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과 6·17, 7·10 대책 여파로 임대사업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주택을 매물로 내놓아도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먼저 임대사업자 등록 시 세제 혜택을 약속해놓고 이를 뒤집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에 제출한 ‘등록임대제 개정 검토안’에서 의무임대 기간을 지나 자동 말소된 임대사업자 소유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말소 이후 6개월까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법상 의무임대기한을 모두 채우거나 지난해 7·10 대책에 따라 자발적 등록말소를 한 장기임대주택의 경우 언제 팔든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여기에 시한을 둬서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말소 주택이 시장에 즉시 공급돼 매매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토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만 자동말소되는 임대주택이 총 25만7000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당장 정책 신뢰성 논란이 제기된다. 국토부도 검토안에서 “등록 당시 보장된 혜택에 양도시한을 추가 설정하므로 신뢰 보호 원칙에 어긋나고, 개인의 재산권 제한 논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2월 다주택자들에게 8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부세 합산 배제 및 양도세 중과 배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주택자 특혜 논란이 일자 지난해 돌연 장기임대 가운데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고 의무기간 경과 즉시 자동말소하거나 희망 시 자발적 등록말소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이미 약속한 세제 혜택 축소까지 검토하는 셈이다.

하지만 당정이 임대사업자 양도세 혜택을 축소하더라도 정부 규제 탓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놔도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주택 매도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결국, 세를 낀 상태에서 팔아야 하는데, 주택 매수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규제지역 내 집을 살 때 6개월 이내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지난해 6·17 대책에서 신설됐기 때문에 세 낀 주택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사기가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7·10 대책에서 1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8~12%로 높이면서 다주택자가 이를 사들일 가능성도 극히 낮다.

결국,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양도세 폭탄’을 피할 수 없는 다주택자들이 증여나 ‘버티기’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등록임대주택 10채 중 9채가 다세대·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이다 보니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열된 주택 시장 안정화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당정이 실효성 있는 정책보다는 ‘다주택자 때리기’ 같은 부동산 정치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