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이 4종류로 늘어나면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술로 만든 백신은 아직 없다. 국내 제약사들은 하반기에 임상 3상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가 모든 제약사를 지원하기보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백신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현재 국내에선 5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계획 승인을 받아 8개 제품이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가 있다.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백신을 개발하는 셀리드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유바이오로직스(합성항원 백신), 진원생명과학·제넥신(DNA 백신)이 임상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들 국산 백신은 하반기에 임상 3상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백신 개발 역사가 길지 않은 국내에서 자체 백신 개발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당장 임상 3상을 위한 자금과 환경이 따라줄지 의문이다. 임상 3상은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임상 3상 참여자를 모집하는 데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돼 해외 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고,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임상 대상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퍼진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해당 백신 개발은 더욱 더디다. 정부에 따르면 mRNA 백신 개발 의향을 보인 국내 제약사는 17곳이다. 이 중 4곳은 올해 안에, 7곳은 내년에 임상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국립보건연구원이 모더나사와 mRNA 백신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것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전수받는 게 아니라 mRNA 백신의 비임상이나 임상시험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mRNA 백신 개발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지만 정부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은영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실무지원단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일부 기업이 mRNA 백신과 관련한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부터 임상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과정에서 품질 인증과 의약품의 효능 여부를 관찰할 수 있다”며 “mRNA 백신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DNA 백신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고, 일부 업체는 백신 생산 능력이 안 되거나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기 버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건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이라며 “국산 백신의 개발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면서 안 될 것은 과감히 중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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