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며 북한에 공을 넘기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일단 김 위원장은 자신이 미국과의 대화 조건으로 내건 적대시 정책 철회 관련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불만을 터뜨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장은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으로부터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받으며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최대 외교 치적인 ‘싱가포르 선언’이 공동성명에 명시된 점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북·미 대화 조건으로 내건 적대시 정책 철회 관련 어떤 내용도 제시되지 않은 데 불만을 터뜨렸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이나 미사일지침 종료 선언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김 위원장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관련 언급이 없는 것을 보고 ‘미국이 아직도 우리의 말을 못 알아듣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 불만을 표하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남측과 미국에 대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약한 고리’인 남측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담화문을 발표하는 대신 무력도발을 감행하며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북한은 2017년 7월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을 쏘며 한반도에 긴장 국면을 조성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무력도발을 할 경우 북·미 대화의 판이 자칫하면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며 “일단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하지 않은 채 ‘버티기 모드’를 이어가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외교적 관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한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가 북한에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실제로 관여하기를 원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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