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줄었다고 보면서도 사회 기여와 개인생활에는 종교가 중요하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신앙생활도 어려워졌다. 교회 방문 횟수는 물론 하루 한 번씩 기도하는 사람도 줄었다.
한국갤럽은 지난 18일과 20일 ‘한국인의 종교 1984-2021 종교에 대한 인식’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3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9세 이상 1500명(종교인 598명·무종교인 90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갤럽은 84년과 89년, 97년, 2004년, 2014년에도 이 같은 내용으로 조사했다.
종교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과 갖고 있지 않은 사람 모두 부정 의견이 많았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18%만 ‘증가한다’고 답했다. ‘과거와 비슷하다’ ‘감소하고 있다’는 각각 54%, 28%였다.
기독인도 종교의 영향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감소했다. 직전 조사인 2014년엔 10명 중 6명(59%)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고 답했지만 올해는 26%로 줄었다.
종교의 사회 기여도와 개인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두고는 기독인과 비종교인 간 온도차를 보였다.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기독인은 2014년(87%)에 이어 올해도 80%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비종교인 82%는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개인생활에 종교가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도 기독인은 84년 조사부터 90% 이상이 ‘그렇다’고 봤지만 비종교인은 84년 48%였던 것에서 올해는 11%에 그쳤다.
갤럽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사회적 기여, 생활 속 종교의 중요성 세 항목에서 비종교인의 부정적 응답이 높아지면서 향후 자발적 신자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고 전도활동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전도에만 힘쓰고 신규 유입된 신자를 교회 안에 정착시키는 데 소홀히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과거 종교를 믿은 적 있는 비종교인(226명)에게 ‘최근 어떤 종교를 믿었나’ 물었더니 절반 넘는 52%가 기독교를 꼽았다. 갤럽은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청년층을 상대로 전도활동에 적극적이라 신규 유입이 많았지만 단기 이탈자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기독경영연구원 운영위원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종교 중에서도 기독교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많아졌고 이는 전도의 위축으로 연결됐다”며 “교회에 대한 실망일 뿐 하나님에 대한 실망은 아니다.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는 게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상황에 기독인의 신앙생활에도 변화가 있었다. 주1회 이상 종교시설을 방문하느냐는 질문에 기독인은 2014년 80%였던 것에서 올해 57%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종교 모임·행사 금지 조치 여파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루 1회 이상 기도한다는 응답자는 2014년까지 50% 이상이던 것에서 올해는 37%로 급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