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대북 유화 제스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에 나와 “우린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도 그럴 준비가 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은 이제 북쪽으로 넘어갔다”고도 했다. 북측만 응하면 언제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용할 뜻을 갖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나온 미 당국자의 거듭된 대화 의지여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이 정도로 강하게 러브콜을 보냈으면 이제는 북측이 화답할 차례다. 적어도 미 대북정책이 어떤 내용인지 진지하게 청취하고, 이후 외교라인 접촉을 통해 핵 협상을 재개할지를 판단해보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미측이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핵 문제 진전을 위한 ‘실용적 접근’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대화를 재개하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미측이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고는 했지만 이는 협상 진척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북측이 시간끌기에 나서거나 행여라도 다시 도발을 할 경우 대화는 물 건너갈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정상회담 때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어려운 목표에 어떤 환상도 없다’고 밝힌 대목은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북측에 끌려다니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다.
미측이 아직 대화에 적극적일 때 우리 정부가 바짝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서둘러 북측에 특사를 보내거나 물밑 접촉 등을 통해 미측의 대화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협력에 지지를 표명한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은 물론, 남북 경협의 물꼬를 다시 트는 노력도 기울이기 바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남·북·미 모두 지금과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설] 북, 미국의 거듭된 대화 의지에 화답할 차례
입력 2021-05-2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