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세수를 주거 안정에만 활용하도록 단서를 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걷은 다음 각 지방자치단체에 일반 재원으로 전액 교부하고 있다. 사용처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아 각 지자체가 자유롭게 사용한다.
최근 몇 년 새 종부세 부과 대상자와 징수액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4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종합부동산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 인원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39만7000명에서 지난해 74만4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액수도 급증해 2019년에는 채 1조원이 되지 않았는데, 올해는 약 6조원의 종부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2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나게 된 것이다.
종부세 세수를 주거 안정에 쓰자는 목소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종부세를 무주택 청년과 1인 가구의 주거안정에 쓰자”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보유세를 공공주택 확충에 투입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청년·서민 주거정책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인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걷지만, 전액을 다시 지자체에 고루 교부한다. 종부세는 도입 당시부터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우선 배분해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사용처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일반회계에 편입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필요한 곳에 알아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도 관련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거 안정’이라는 징수 목적을 보다 확실하게 정하고, 청년이나 무주택자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질 좋은 임대주택을 짓는 데 활용하는 방안 등이 예시로 거론된다. 종부세의 사용처를 보다 명확하게 정해 놓기 위해서는 향후 지방교부세법 등을 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부세 용도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종부세를 일반회계로 자유롭게 활용했던 지자체 입장에서는 재정 기반이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거꾸로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당정이 지방세인 재산세 감면 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 등의 사안도 함께 얽혀 있어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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