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26년 전 진행한 인터뷰 때문에 하원 청문회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현지시간) 하원이 BBC가 진행한 다이애나(사진) 왕세자빈 인터뷰 과정을 묻는 청문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상 첫 ‘BBC 청문회’에는 전현직 임원 들이 대거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리처드 샤프 BBC 회장과 팀 데이비 사장 뿐 아니라 인터뷰 당시 뉴스담당 대표였던 토니 홀 경을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원 의원들은 지난 주말 온라인으로 의견을 교환한 뒤 24일 만나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이애나는 1995년 11월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에 출연해 남편 찰스 왕세자가 불륜을 하고 있다며 내연 상대로 커밀라 파커 불스(현 부인)을 지목했다. 이 인터뷰에서 “결혼은 다소 복잡했다. 우리 사이에는 3명이 있었다”는 유명한 말이 나왔다.
당시 인터뷰는 마틴 바시르(58) 기자가 진행했다. 당시 4년차에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바시르 기자가 어떻게 다이애나를 섭외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증폭됐다. BBC는 다음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의혹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불거졌다. 다이애나의 남동생 스펜서 백작은 지난해 11월 인터뷰를 진행한 바시르 기자가 섭외를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에게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 의 개인정보를 흘렸다”며 위조된 은행명세서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BBC는 대법관 출신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조사를 의뢰했다.
다이슨 경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공개해 “바시르가 위조된 은행 서류를 보여주고, 왕실 직원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려 인터뷰를 성공했다는 주장이 맞는다”고 밝혔다. 바시르 기자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는 내 아이가 태어날 때도 찾아온 친구”라며 “그녀 삶의 모든 문제가 내 책임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