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추정 北 선박 동해서 침몰… “창고 침수”

입력 2021-05-24 04:03
북한 선적 화물선인 청봉호가 22일 오후 2시쯤 일본 오키 제도 북쪽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청봉호가 2016년 UN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화물 내용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제재 대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선적 화물선이 동해에서 침몰했다. 구조요청을 접수한 일본 당국은 화물선이 대북제재 대상인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지난 22일 오후 2시32분쯤 일본 시마네현 오키 제도 북북서 방향 48㎞ 해상에서 5500t급 화물선 청봉(CHONG BONG)호가 침몰했다고 23일 밝혔다.

청봉호는 침몰 전날인 21일부터 침몰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 6507t을 싣고 함경북도 청진을 출발해 황해북도 송림으로 향하던 청봉호는 침몰 전날인 21일 오후 10시55분쯤 ‘화물창고에 침수가 발생했다’며 일본 측에 구조요청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5시간 30분이 지난 뒤 구명정으로 옮겨탄 청봉호 승무원 21명은 인근 해역을 지나던 다른 북한 선적 유조선 유정(YU JONG) 2호에 모두 구조됐다. 화물선이 침몰한 인근 해역에는 기름이 유출됐다.

일본 측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 대응 준비를 하고 상황을 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승조원들이 북한 측 유조선에 구조됐기 때문에 직접 구조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봉호는 UN 안보리가 대북제재 대상으로 등록한 선박인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가 2016년 3월 발표한 대북제재 결의에 따르면 자산동결 대상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에 청봉호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 7자리가 포함돼 있다. 선박 위치추적 사이트 십파인더에서 같은 번호를 조회하면 청봉호가 침몰한 오키 제도 북쪽 앞바다가 표시된다. 청봉호의 소유주는 ‘홍용식(HONG YONG SIK)’으로 표기돼 있다.

일본 측은 청봉호의 선박정보와 화물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화물 내용 등을 포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또 청봉호가 환적 등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데 이용됐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