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물량도 조기공급도 없다… ‘백신 파트너십’에 물음표

입력 2021-05-24 00:04 수정 2021-05-24 00:04
존 림(왼쪽)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스테판 반셀(오른쪽) 모더나 CE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를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의 백신 파트너십을 두고 정부가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할 기반”이라고 자신했지만 의료계와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장기적으로 양국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산업을 육성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국민이나 국내 기업의 실익이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23일 브리핑에서 이번 파트너십을 두고 “백신 개발 및 생산 역량을 키워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차관은 이어 “방역모범국에서 글로벌 보건위기 대응 선도국가로의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오는 8월부터 국내에서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면 국내에 백신이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면에서도 해외 생산 물량을 들여오는 것보다 그편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영 복지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미국의 우수한 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이 합해져 장기적인 대량 생산기지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더나와의 mRNA 백신 연구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의 협력의향 서신 교환도 성과로 내세웠다. 김도근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백신연구과장은 “mRNA 플랫폼 기술을 가진 NIAID와 연구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날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전 세계에 입증한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갖춘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백신 주권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강화했다면서도 정작 한국군 55만명분 외에 추가 물량을 확보하거나 조기 공급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모더나와 노바백스 백신의 구체적인 2분기 도입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강 차관은 “국내에 도입되는 모더나 백신은 위탁생산시기와 상관없이 계약된 일정에 따라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연합뉴스

삼성바이오가 맡게 된 모더나 백신 생산 공정이 mRNA 백신 원천 기술이 아닌 후반부 병입 공정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바이오가 맺은 계약은 해외에서 백신 원액을 받은 다음 이를 포장하는 완제(DP) 위탁생산 방식이다. 이에 앞서 원액을 생산(DS)하는 작업에는 보다 핵심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모더나 백신의 DS를 맡고 있는 기업은 스위스의 론자 단 한 곳뿐이다. 반면 DP 위탁생산을 맡은 기업으론 삼성바이오 외에도 미국 카탈란트, 스페인 로비, 프랑스 레시팜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이전이 아닌 완제 위탁생산이다 보니, 자체 생산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불확실한 MOU에 의존해 확실한 생산기지와 현금을 제공키로 한 만큼 전체적으로는 미국에 ‘남는 장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교환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부활시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에 내기로 한 2억 달러(약 2255억원)와 한국군 장병 55만명분의 백신뿐”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김지애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