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연속성 확보, 대북 유화 기조 확인

입력 2021-05-24 04:00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담 뒤 소셜미디어에 “코로나 이후 최초의 해외순방이고 대면회담이었다. 최초의 노마스크 회담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및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한·미 미사일지침 폐기로 미사일 주권을 42년 만에 되찾았고,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한·미혈맹 결속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3박5일의 방미 일정에 대해 22일(이하 현지시간)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 회담 결과는 기대한 것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한반도 비핵화에서 실질적인 성과물로 이어지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이어진 남·북·미 논의를 존중한다는 뜻으로, 향후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있어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고, 성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전격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성김 대사는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분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화 준비가 돼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환영했다. 미국이 기존에 사용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이 공동성명에 삽입된 것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 강화 등 경제동맹도 한층 공고화하기로 했다. 원전 협력을 강화하면서 제3국 공동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한·미 두 정상이 북한에 대화 준비가 돼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새로운 유인책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비핵화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전임 행정부의 ‘톱다운’식 의사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어떤 약속을 한다면 나는 그를 만날 것”이라면서도 “그 약속은 그의 핵무기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무부가 협상하면서 만든 일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비핵화에 대한 전제 없이는 북·미 정상회담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예상됐던 한·미 백신 스와프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무상지원 의사를 밝혀 “한국은 선진국”이라는 미국 여론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체면을 세워줬다. 한국군에는 모더나 또는 화이자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손재호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