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총 40% 증발, 금 상승… ‘유동성 파티’ 종말 조짐

입력 2021-05-24 00:02
23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면서 약세장이 거듭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내 거래소 앱에서 본 주요 암호화폐 시세로, 비트코인이 4804만원을 기록했으나 오후 들어 더욱 하락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충격 방어를 위해 전 세계가 유례없이 돈을 풀면서 시작된 ‘유동성 파티’가 끝날 조짐이 다방면에서 포착되고 있다. 유동성을 기본으로 성장했던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총은 거의 반토막났고, 주식시장은 박스권에 갇혔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확산되면서 자산시장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 체제에 착수한 모습이다. 길게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부터 풀린 유동성의 ‘역습’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글로벌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조6129억 달러(약 1817조7000만원) 가량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2일(약 2조5550억 달러)보다 불과 열흘 새 시총이 40%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강력한 매수세로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업비트 자체 시장지수 ‘UBMI’는 지난 9일 역대 최고치 1만3972.08에서 23일 8578.81(오후 4시 기준)을 기록하며 38.6% 떨어졌다.

국내외 주식시장도 혼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이달 들어 3만4113.23(3일)에서 3만4207.84(21일)로 0.2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0.87%, 3.05% 하락했다. 코스피지수 역시 이달 3100~32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 대표격 금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6월물 금값은 지난 7일 온스당 18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0일 1881.9달러를 기록하며 1900달러까지 넘보고 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필두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부터 공급되어 온 유동성이 누적되면서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금리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최근 인플레이션 징후는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될 것”이라며 “그러면 연준이 언제까지 기준금리를 안 올릴지 알 수 없다. 생각보다 (연준이) 오래 못 버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자산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진,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는 올 들어 빠른 회복과 물가 반등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장 속도가 물가 상승세보다 더뎌지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통화정책 관련 논란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투심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가 급등락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중”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글로벌 자금이 가치주 중심으로 사들이는 등 방어적 전략을 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