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원 통 큰 투자하는데… 미국, 백신 협력 외 ‘+α’ 있나

입력 2021-05-24 04:04

우리나라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국이 미래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수적인 분야에 ‘통 큰 선물’을 안겼다. 미국은 백신 협력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다른 경제 관련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향후 한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강화와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의 투자 규모는 당초보다 소폭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170억 달러(약 19조1600억원)를 투자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등에 74억 달러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야 합작 회사와 자체 투자 등으로 140억 달러를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등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로 했다. 집계된 금액은 394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4대 그룹 대표를 호명하며 “땡큐”를 연발하기도 했다.

투자 총액은 정해졌지만 시기와 장소 등은 미정이다. 투자 규모에 걸맞은 세제 혜택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직후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우리 기업의 투자에 대해 세제, 인프라 등 투자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규모 지원을 추진 중이지만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규모는 미지수다. 러만도 상무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와 용수, 원자재 등 기반 인프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백신 협력 카드를 들고나왔다. 모더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백신 완제 위탁생산 협약을 체결했고, 노바백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대응 등에서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분야에선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듀폰이 한국에 새로운 R&D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 외에 퀄컴, 암페어컴퓨팅, GM 등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내놨다. 하지만 반도체, 백신 등 전 세계적인 현안에서 협력을 약속한 만큼 향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진다. 무역협회는 이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 분야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면서 “한미 양국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제1의 경제 협력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해외 원전시장에 함께 진출하기로 하면서 원전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은 설계 등 원전분야의 원천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시공이나 기자재 등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함께 진출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