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 중 하나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독자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고 백신 공급도 부진한 한국 입장에서 우수한 백신 기술을 가진 미국과의 파트너십 구축은 큰 의미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부터 모더나의 백신 원액을 받아 바이알(유리병)에 담고 포장하는 후반부 공정을 맡게 됐다. 원액 생산 단계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을 도맡은 게 아니어서 아쉽지만,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백신의 국내 첫 위탁생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미 국내에서 생산 중이거나 생산 예정인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와 노바백스, 스푸트니크V로 모두 합성항원 백신이다. 모더나와의 계약으로 국내 생산 백신은 4종으로 늘게 됐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의 백신공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국에 백신 대량 생산 기지가 구축됐으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백신이 국내에도 제때, 많이 공급돼야 할 것이다. 한·미 백신 파트너십 합의로 중장기적 협력 강화는 약속됐지만 국내 백신 공급 일정이 당장 앞당겨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분이 국내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협의가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모더나는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도 체결했는데, 한국에 직접 백신 생산시설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내용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 코로나와 독감을 한 번에 잡는 백신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모더나와 mRNA 백신 연구에 협력키로 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중 mRNA 기반은 없기 때문에 모더나와의 연구 협력이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마련된 미국 제약사들과의 협력 기회를 십분 살려서 백신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 미국과의 백신 파트너십으로 국내 공급난 해소되길
입력 2021-05-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