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최모(27)씨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탓에 신규 채용하는 회사가 적었지만, 올해 상반기부터는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최씨는 “지난해에는 자격증 공부 등 취업을 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며 “졸업을 할 때부터 1년 내 취업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 안에 취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전체 취업자와 고용률은 모두 증가하는 추세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3일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월 대비 0.2% 포인트 하락했지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0%로 0.7% 포인트 늘었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3~5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청년층 체감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 지난달 15~29세 잠재 취업가능·구직자까지 집계한 확장실업률은 25.1%였다.
더욱이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청년 대학졸업자 실업률은 6.1%에서 5.3%로 0.8% 포인트 개선됐지만, 한국은 5.0%에서 5.7%로 0.7% 포인트 악화됐다. 이에 한국의 청년 대졸자 실업률 순위도 10년 만에 14위에서 28위로 하락했다.
가장 문제는 청년의 눈높이에 걸맞는 번듯한 일자리 부족이다. 특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올들어 구직 시장에 청년 구직자들이 많이 뛰어 들지만, 이들을 만족시킬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고용대책과 관련해 재정을 동원한 노인 일자리에 치중하고 있을 뿐 청년 세대에 대한 지원은 적은 편이다. 기업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채용을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처음 취업시장에 뛰어든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명(30.1%) 급증했다. 특히 취업무경험 실업자 중에서도 대졸 등 고학력 실업자의 증가세(51.8%)가 유독 두드러졌는데, 대졸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유독 적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구직을 포기하는 등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됐던 청년층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다시 구직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계청은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던 9급 공무원 시험이 4월에 실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던 시험 응시자들이 실업자로 일시적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