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하락→김치코인 급등→시장 붕괴’ 패턴 판박이 출현

입력 2021-05-24 04:03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2018년 대폭락장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폭락하는 가운데 이름도 생소한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이 뚜렷한 이유 없이 단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큰 손’들이 알트코인 급등락을 유도해 개미 투자자에게 폭탄을 넘기며 탈출한 뒤 시장 자체가 붕괴됐던 현상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꾸준히 상승해 2888만5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뒤 662만원까지 폭락했다. 거듭되는 하락세 속에서 2018년 말에는 고점 대비 12% 남짓인 356만원까지 추락했다. 이 기간 일부 알트코인은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됐거나 국내 거래 비중이 높은 ‘김치코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의 시세를 추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상식적인 대목이다.

2018년 2월 2일 ‘파워렛저’는 단 하루 동안 500원에서 910원까지 82% 폭등하고 곧바로 766원까지 내렸다. 다음 날에는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과 에이다가 각각 65%, 55.3% 일시적으로 급등했다. ‘반짝 급등’ 이후엔 다시 수직 낙하해 연말에는 고점 대비 98%의 수익률을 기록,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장 붕괴 시나리오다. 2018년처럼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하며 시장 전체를 하락장으로 이끌고, 그 와중에 알트코인이 비정상적인 급등을 반복하며 피해자를 양산하다가 마침내 시장 전체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시나리오가 3년만인 올해 재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4000만원 선으로 하락한 가운데 지난 21일 센티넬프로토콜이 125원에서 574원까지 무려 359.2% 폭등했다 293원까지 떨어졌다. 22일과 23일에도 솔브케어와 디마켓 등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이 돌아가며 하루 만에 수백퍼센트의 등락폭을 기록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달 들어 중국발 규제 소식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가운데 김치코인의 이유 없는 급등이 산발적으로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매일 급등하는 종목을 ‘경주마’라고 부르며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시세 변화임에도 ‘치고 빠지기’를 제때 잘 해내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급등주는 추세를 파악할 새도 없이 등락을 반복하기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가령 7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솔브케어는 22일 오후 10시15분부터 5분도 지나지 않아 45% 이상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디마켓도 23일 오전 9시부터 5분간 155% ‘반짝 상승’을 마친 뒤 바로 하락세로 돌변했다. 이런 탓에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고래(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개미에 떠넘기고 폭락장에 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8년의 악몽이 재현된다면 막대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2018년 당시 비트코인은 고점인 2888만5000원에서 연말에는 356만2000원으로 87.7% 폭락했다. 알트코인들은 그보다도 더 심하게 무너져 대부분 고점 대비 97~98%의 손실을 기록했다.

김지훈 강준구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