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을 함께 거론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직 장외에 머무는 이들을 야권주자로 미리 ‘가두리’ 쳐놓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원 오브 뎀’(one of them·다수 중 하나)으로 설정해 향후 입당이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이들 3명이 여전히 뚜렷한 행로를 드러내지 않고 ‘안갯속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에서 고위 관료로 발탁됐지만, 정권과 각을 세우면서 야권의 대안 카드로 부상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퇴임 후 석 달 가까이 되도록 잠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공개 활동을 최소화하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거나, 5·18 메시지를 내는 방식 등으로 존재감을 내보이는 정도다. 국민의힘에 합류할지, 바깥에서 제3 세력화를 꾀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지인은 23일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굳혔지만, 그 방법을 놓고는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안다”며 “국민의힘으로 가게 되더라도 최소한 새 지도부가 꾸려진 뒤 변화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전 부총리와 최 원장의 경우 현실정치 참여 여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대권 도전설에 대해 “지금 그런 것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일단 거리를 뒀다. 그는 현재 여권의 잠재적 후보로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경과에 따라 이재명 경기지사 대항마로 세워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김 전 부총리와 교감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원장 역시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7개월가량 임기가 남은 헌법기관장으로서 입장 표명을 피한 것이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도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경선 흥행 차원에서라도 이들을 ‘귀인’으로 띄우는 분위기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회의 석상에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함께 이들 3인의 이름을 열거하며 “대선 잠룡으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도 22일 “최 원장, 윤 전 총장,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정권 사람들이 아니다. 엄연히 정권심판과 정권교체의 기수들”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바람과는 달리 3명 모두가 국민의힘 가두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내가 보기에 한 텐트에 모이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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