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전국 2만4000여개 중소사업장을 불시 점검한 결과, 1만1800여곳에서 사망사고 위험 요인이 적발됐다고 23일 밝혔다. 공사 규모 120억원 미만 건설 현장과 노동자 수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이 점검 대상이었는데 이런 중소사업장이 산재 지뢰밭이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건설업은 1만6853곳 가운데 7951곳에서 1만7700건의 사망 위험 요인이 지적됐다. 이 중 안전 난간 및 작업 발판 미설치 등 ‘추락 위험’이 1만4664건(83%)이었다. 제조업은 7173곳 중 3937곳에서 8102건 확인됐다. 보호 덮개 미설치 등 ‘끼임 위험’이 2942건(36.3%)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 위험’이 1872건(23.1%)으로 다음이었다.
국내 산재 사망자의 80% 정도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것도 대부분 건설·제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4240명이다. 건설업에서 2372명(56%), 제조업에서 1082명(25%)이 숨졌다. 중소 규모 건설·제조업 사업장의 안전 대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산재 사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내년 1월 27일 시행되지만 중소사업장은 사각지대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이 2024년 1월까지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영세 업체의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당초 법안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중대 산재를 줄이기 어렵다. 노동자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정부와 국회는 산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법의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산업 현장의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산재 예방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사설] 산재 지뢰밭 중소사업장, 안전 사각지대 방치 안돼
입력 2021-05-2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