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급식 폭로’ 육대전, 시민단체로 거듭난다

입력 2021-05-24 04:05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함안 39사단 부실 급식 관련 게시물. 육대전 제공

‘군부대 부실 급식 사태’를 공론화한 SNS 채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가 시민단체 지위를 얻게 될 예정이다.

육대전은 지난 4일 비영리 민간임의단체 등록을 마친 데 이어 다음 달 초 비영리 민간단체 정식 등록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육대전은 15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온라인 채널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위해서는 상시 회원 수 100명을 채워야 하는데, 육대전은 이날 요건을 충족했다. 김주원 육대전 대표는 “용기 내 제보해 준 장병들을 위해 시민단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움직임에 의해 군 관련 시민단체가 설립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18일 육대전에는 휴가 복귀 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의무 격리하는 장병들의 도시락 반찬 가짓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이 도화선이 돼 육대전에는 소량의 밥과 깍두기 두 쪽만 담긴 도시락, 생일 케이크 대신 받은 1000원짜리 빵 사진 등 제보가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지난 7일 ‘격리 장병에게 일반 장병과 똑같은 수준의 배식을 보장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국가가 ‘육대전’만도 못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994년생으로 육군 출신의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인 김 대표는 “20대인 장병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육대전은 지난해 2월에도 부실 급식 관련 제보를 공론화했는데, 당시 국방부 한 수사관이 제보 확인차 불쑥 김 대표의 집을 찾아왔다. 군에서 사전 고지 없이 찾아오자 시민단체를 발족해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문제 제기를 통해 변화를 목격한 MZ세대 장병이 발족을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시작한 작은 소통이 변화를 끌어내는 사회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군을 포함해 모든 조직이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