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들으려 이어폰 볼륨 높였더니… 어느날 귀에서 윙윙

입력 2021-05-25 04:04
게티이미지

#1. 공부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류모(19)양은 지난해부터 큰 소리를 들으면 오른쪽 귀가 지지직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후 조금만 소리가 커도 듣는데 불편함이 계속됐고 조용한 방에선 귀에 ‘윙~’하는 이명(귀울림)까지 생겼다. 청력검사 결과 고음역대(3000~4000헤르츠)에서 오른쪽 귀 35데시벨(dB), 왼쪽 귀는 30dB보다 작은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경도 난청’으로 진단됐다.

#2. 이모(23)씨는 군대에서 사격훈련을 받다 왼쪽 귀에 ‘삐~’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명 증상으로 군과 민간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받고 있다. 그의 오른쪽 귀는 4000헤르츠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가 30dB인 경도 난청, 왼쪽 귀는 50dB인 중도 난청에 해당됐다. 말소리 구별 검사에선 양측 각 80%의 정답률을 보였다.

류양과 이씨는 ‘소음성 난청’ 판정을 받았다. 소음 노출로 인한 청력 손실은 전체 난청의 약 15~20%를 차지한다. 산업현장의 경우 작업환경 측정과 근로자 특수건강진단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소음성 난청의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일반 인구집단이나 군인에 대해선 공식 자료로 실태를 확인하긴 쉽지 않다.

다만 병원 진료 추세나 몇몇 연구를 통해 일상이나 군대에서의 지속적 소음 노출로 인해 ‘가는 귀를 먹은’ 젊은층이 적지 않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10년간(2009~2018년) 난청 진료 경향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의 경우 전체의 67.3%가 50대 이상 중고령층이었지만 10~30대도 19.6%를 차지했다.


젊은층 난청의 주요 원인으로 이어폰·헤드폰 등 개인 음향기기 과다 사용이나 시끄러운 레저 활동(콘서트·밴드연주·게임·사격·모터스포츠 등)에 의한 고소음, 군대에서의 총·포음 노출 등이 꼽힌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24일 “과거 소음 많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병이었던 소음성 난청이 요즘은 청소년, 젊은층 중심으로 직업과 무관하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진료 환자 10명 중 7~8명은 비직업적인 소음성 난청”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선 이어폰 사용자가 늘면서 귀는 예전보다 더 자극적인 소리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폰을 꼈을 때 사용자의 대부분은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량을 높이거나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귀가 혹사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이어폰을 달고 사는 10대 난청에 대한 우려가 크다. 2019년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주파수 평균 청각 손실율은 23.8%로 나타났다. 10대 4명 가운데 1명꼴로 최소 한쪽 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의 ‘경계성 난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연구에선 청소년의 고주파수대(3000~6000헤르츠) 청력 손실율이 한쪽 32.7%, 양쪽 5.5%로 조사돼 미국(각 16.4%, 3.2%)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최 교수는 “높은 음역대 소리를 잘 못 듣는 원인은 노화와 소음 노출 두 가지인데, 어린 연령대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음 노출에 무게를 둔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는 “고음역대 난청은 자신이 난청이 온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청이 조금 심해지면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소음이 있는 백화점, 음식점 등에서 대화의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 이명이 동반되면 소음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소음성 난청 조기 발견을 위해 학생건강검진의 청력검사 강화와 체계적인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군대에서의 소음성 난청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연구에 따르면 군대에서 단발 사격의 음압은 무기 종류에 따라 165~190dB에 달해 충격 소음의 최고 허용치(140dB)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김규상 서울의료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군 복무기간 중 포병 등 특정 병과가 아니더라도 사격 시 단 1회 허용치를 초과하는 소음 노출로도 달팽이관 손상을 야기하며 청력역치(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가 상승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게다가 귀마개나 귀덮개 등 청력보호구의 소음 감쇠치는 실험실 측정치보다 적어 실제 사용에서 보호 정도가 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2019년에 군대 내 사격으로 인한 난청 해결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사격 시 1회용 귀마개를 지급하고 있지만 소음을 완화하는데 충분치 않고 사격장 내 안전통제에 귀기울이기 위해 귀마개를 빼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군 복무기간 중 발생하는 난청에 대한 선별(스크리닝)검사도 미흡하다. 군인들은 징병검사 시 저·중음역대에서만 청력역치를 검사해 소음 노출에 조기 영향을 받는 고음역대 평가가 진행되지 않고 상병 진급 시 건강검진에선 간이 청력계를 이용해 1000헤르츠 청력역치만 평가하고 있다. 군 복무 시 소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청력 손실과 이명에 관한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모든 군에서 소음 청력 보존을 위해선 입대 전과 1년에 한 번씩, 그리고 전역 전에 500헤르츠에서 8000헤르츠 고음역대까지 청력과 난청 유형 검사, 이명 장애 평가를 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군 복무 중 난청이나 이명이 돌발적(급성)으로 발생했을 경우에도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연령층의 난청이 심각한 이유는 청력을 한 번 잃으면 회복이 안되기 때문이다. 큰 소음에 노출돼 일시적 청력 저하가 생기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영구적 청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강우석 교수는 “청소년기에 소음 노출로 청력 손상을 받은 경우 나이들면서 노화성 난청 진행을 앞당길 수 있고 20~30년 후 한참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들리지 않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소음성 난청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나 학계 차원의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최예슬 송경모 기자 twmin@kmib.co.kr

[난청, 늦기 전에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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