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기독 사학 정체성 수호에 힘쓰겠다”

입력 2021-05-24 03:04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초대 이사장인 이재훈 목사가 지난 20일 서울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창립총회 현장에서 미션네트워크 역할과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국회에선 학교 이사 2분의 1을 개방이사로 강제 증원하고 학교의 장 임용권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사립학교의 비리는 사학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사립학교의 위기는 기독교 사학의 위기가 됐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초대 이사장인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미션네트워크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이 목사를 이사장에 추대했다. 이 목사는 한동대 이사장이다.

총회 현장에서 이 목사를 만나 미션네트워크의 역할과 계획을 들어봤다. 이 목사는 “미션네트워크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기독사학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독려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라며 “가장 중요한 사명은 각 기독사학 법인들이 본래의 사명에 충실하도록 서로를 지지해주고 인구감소, 세속화로 인한 기독사학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학법 개정으로 기독사학의 정체성과 건학이념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초대 이사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크다. 이 목사는 “이사장으로서 추대를 받아 큰 부담을 느낀다”며 “이사회 구성원이 하나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이사장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이사회를 통해 각 법인 임원들이 주어진 소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기독교 학교 연합회 등 이미 활동 중인 학교단위 연합체와 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기독사학 법인들이 연합체를 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학교단위 연합체와 법인의 연합체는 근본적으로 성격에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법상 학교와 법인은 동일체이면서도 별도로 회계를 관리하고 있다.

이 목사는 “여러 기독사학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학교보다 법인의 문제가 많았다”며 “법인 설립자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법인이 우수한 재정 능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또 “기독교 학교 연합체들과 법인은 고민의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은 법인의 정체성에서 시작하는 만큼 활동의 관점도 다르다”며 “그럼에도 기독사학 법인과 기존 연합체들 간 연합은 꼭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많은 기독사학의 참여도 희망했다. 이 목사는 “미션네트워크의 목적은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법인으로부터 지켜나가는 데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오랜 전통을 가진 기독사학 법인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참여할 것”이라며 “저희도 참여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이 목사는 “미션네트워크의 목적은 건강한 기독사학 법인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데 있는 만큼 사학법인 임원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 투명성을 위한 자체 인증, 재정적 위기에 처한 기독사학을 위한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이사회 논의를 거쳐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션네트워크는 올해부터 격월로 뉴스레터를 내놓고 12월엔 백서를 발간한다. 11월엔 임원 연수 등도 진행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