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인 목사(63)는 2001년 서울 동대문구 청량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당시 교회는 내홍을 겪고 있었다. 교인들의 상처는 깊었고 목사에 대한 신뢰도 사라진 뒤였다. 화합이 시급했지만 교인들의 내상은 쉽게 아물지 않았다.
지난 7일 교회에서 만난 송 목사는 “당시 제 별명이 수도꼭지 목사였었다”며 “6개월 가까이 설교 때마다 화해와 용서를 당부하며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장로 사표 사건’까지 터졌다. 새 목사를 청빙한 뒤 장로 전원이 사표를 내기로 한 것이었다. 이 일의 책임이 송 목사를 향했다.
“장로들이 교회 분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담임목사가 부임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교인들에게 약속했더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몇몇 교인이 당장 사표를 받아내라고 저를 압박했습니다. 옥신각신 하던 중 장로님들이 사표를 냈습니다.”
사표를 받아든 송 목사의 고민은 더 커졌다. “기도하며 깊이 고민했습니다. 여러 선배와 동료 목회자들께 지혜도 구했죠. 마침내 사표를 반려한 뒤 교인들께 호소했습니다. 목회 경험이 일천하고 미숙해 장로님들의 조언 없이 목회할 수 없으니 도와 달라고 말이죠. 화합을 강조하던 목사가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결정이 교회가 하나 되는 변곡점이 됐습니다.”
장로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이후 ‘데탕트’가 시작됐고 갈등은 봉합됐다. 요즘도 송 목사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후배 목사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한다.
그는 “원칙적인 말 같지만,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만 구하고 눈물로 기도하며 어떤 어려움이 와도 묵묵히 인내해야 한다”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치료하시는 건 결국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겸손히 교인을 돌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목사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교회에서는 무엇보다 목사가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성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며 “목사가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다거나 꾀를 부리는 순간 갈등은 증폭돼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송 목사에게는 학자적 풍모가 느껴진다. 현재 그는 총신대 평생교육원 조직신학 교수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뒤 1986년부터 서울 강남구 현대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동시에 종교 주임으로 일했다. 교사로 일하며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목사안수를 받은 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대로 유학을 떠나 1999년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교수가 꿈이던 그는 지금도 휴일인 월요일마다 신학교에서 목회자 후보생들과 평신도 지도자를 가르치고 있다.
목회 좌우명은 ‘예수님처럼’이라고 소개했다. 교회의 표어이기도 한 ‘예수님처럼’은 한 성경구절에서 따왔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는 말씀이었다. 예수님처럼 섬기는 목회자가 되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마치 하나님이 이 말씀을 선물로 주신 것처럼 느껴졌다”며 “앞으로도 예수님처럼 살기 위해 애쓰는 목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목회는 ‘사랑’으로 대변된다. 송 목사는 “십자가의 복음과 맡겨진 양, 교회를 사랑하는 여정이 결국 목회”라며 “사랑이 없는 목회는 속 빈 강정처럼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학생들에게는 공감 능력을 갖추라고 전한다. 그는 “교인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목회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높은 파고를 넘는 건 송 목사에게 또 다른 과제다. 그는 “교회의 미래가 어둡다는 건 수리적 통계에 의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와 가정에서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경 말씀이 삶으로 이어지고 거룩한 공교회성을 회복해야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하나님의 은혜와 교회의 대각성을 통한 부흥이야말로 암울한 통계를 희망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에서는 드물게 생태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총신대에서도 교회론과 조직신학원론, 기독교 윤리학 강의와 함께 생태 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피조세계 전체를 돌보는 데로 신앙적 관심이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량교회는 환경절제부를 설치한 뒤 환경 주일을 지키며 창조세계 보전에 힘쓰고 있다. 송 목사는 “코로나19도 결국 개발에 눈이 먼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성도들과 더불어 절제하고 절약하며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