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이 채택할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이 채택한 최종 성명에 ‘판문점 선언 존중’ 문구가 들어간다면 미국이 남북 관계의 독자성을 일부 인정하고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하지 않았느냐”며 “남북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에서 판문점 선언이 한·미 공동성명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채택한 판문점 선언은 남북 간 적대행위 전면중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 정부와 협의하며 새로운 대북정책을 고민했고, 2018년 6월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의 토대 위에서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향을 정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북·미 간 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합의도 모두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한층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RMG) 해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RMG는 박정희정부 말기인 1979년 10월,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판단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의 독자적 미사일 개발을 제한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회담에서 원전 분야 협력도 논의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1일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백악관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아시아계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백신 협력을 요청했다. 이후 한국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