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비웃듯 또 부실 급식, 영내 음주·폭행… 군기 걱정되는 軍

입력 2021-05-21 04:02
뉴시스

일선 부대 장병의 열악한 생활 여건 문제가 연일 공개되면서 군이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부실 급식 사태에 이은 불량 피복 지급, 영내 음주와 폭행 등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군 지휘부의 개선 약속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군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0일 육·해·공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각 군 주요 지휘관이 참석하는 비공개 화상회의를 소집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격리장병 생활여건 보장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집된 회의로, 13일 만에 다시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이달 초 국방부가 내놓은 처우 개선 대책이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국방부는 “종합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상태를 점검하는 회의를 정례화하고, 장병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부대에서는 종합 대책이 실시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정량 배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예하 부대 격리 장병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식단표에 나와 있는 반찬과 국이 빠진 채 배식됐다”며 “장병들에게는 국방부의 지침이 닿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배식량이 적다는 병사들의 항의에 한 간부는 음식량이 많아 보이게 사진을 촬영하고는 병사를 조롱한 뒤 자리를 떠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날에도 육군 11사단 예하 부대 병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살면서 못 먹어서 서러워 본 적 있느냐”며 고등어 한 조각, 오징어국, 소량의 밥, 방울토마토가 담긴 배식판(사진)을 게재했다.

불량 보급품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병사들이 착용하는 베레모와 활동복 수십만 벌의 재질이 적정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나면서다. 계약상 총 182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방위사업청이 불량 납품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육대전’에는 계룡대 근무지원단 복무 당시 식자재를 배달직원이 일부 되가져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군 기강 해이 사례인 영내 음주·폭행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해군에서는 지난 18일 새벽 병사 4명이 부대에 몰래 반입한 술을 마시다 발각되자 한 병사가 간부와 실랑이를 벌인 뒤 탈영을 시도한 일이 발생했다. 12일에는 술에 취한 해군 간부가 병사의 뺨을 때리고 얼굴에 음료수병을 던지는 등 폭행한 사건도 벌어졌다.

군 안팎에선 장관이 직접 강조한 대책이 지켜지지 않는 데다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해 문제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군은 SNS 등 공개된 공간보다 국방헬프콜·전용 앱 등 군 내부 고발 시스템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병사들이 SNS 제보가 빠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여기는 데다, 이슈가 확산하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선 부대 간부들이 달라진 병영 문화를 받아들이고 사태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군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처벌로 기강을 바로잡고, 병사들에게도 전시상황에 대비한 군의 특수성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