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이 ‘강남 1970’ 이후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름을 훔쳐 인생역전을 꿈꾸는 여섯 도유꾼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영화 ‘파이프라인’에 깊이 밴 유쾌함은 유 감독의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도전이다.
유 감독은 20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범죄 오락 영화 ‘파이프라인’ 기자간담회(사진)에서 “도유라는 소재의 참고자료를 어떤 영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상력을 발휘해 블랙코미디성을 과장되게 만들었다”며 “이번 작품을 제 대표작이라 해도 될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송유관을 뚫기 위한 장비로 거대하게 만든 드릴 핀에는 감독의 상상력이 한껏 가미돼 있다.
유 감독은 2016년 도유꾼 뉴스를 보고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단순 연장을 들고 벌이는 이들의 범죄 행각이 기상천외하면서도 코믹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땅굴을 파서 기름을 도둑질하는 어두운 모습이 강조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여섯 도유꾼의 캐릭터를 부각해 유쾌함을 강조했다.
천공 기술자 핀돌이(서인국)는 세련된 명품 수트를 입고 등장해 “도유꾼은 기름 냄새만 날 줄 알았냐”고 능청을 부린다. 유약함 속에 잔인함이 숨어있는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에게 협력하면서도 다투는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순박한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아내를 위해 범죄에 뛰어든 전직 공무원 나과장(유승목), 뉴질랜드 이주로 ‘탈조선’을 꿈꾸는 카운터(배다빈)가 각자의 역할로 극에 녹아든다. 이들이 도유 과정에서 벌이는 좌충우돌 막장 팀플레이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각자 색깔을 지닌 캐릭터들의 조화를 위해 합을 맞추는 과정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서인국은 “땅속에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폐쇄적 공간이라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유 감독은 “도둑들이 얼마나 기발하게 기름을 빼돌리는지가 아니라 그들의 팀플레이에 집중하면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6일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