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십자가를 지는 당대표를 맡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6·11 전당대회 주자 10명의 대진표가 사실상 완성됐다.
나 전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용광로 정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모든 야권 후보의 역량을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고민 끝에 가시밭길이자 십자가를 지고 가는 당대표 자리를 맡기로 했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력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려면 국민의힘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수순”이라며 “언제쯤일지 마지노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저희 당에 들어와 함께 경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직접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대표가 되면 모든 야권 주자를 접촉할 생각”이라며 “윤 전 총장 말고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대표 자격으로 만나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출마선언 후 첫 공식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그는 “당이 잘못한 것, 제가 잘못한 것에 대해 많이 내려놓고 반성하고 시작하는 게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도 출마선언문에서 당의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젊은 지지층의 지지를 영속화하려면 우리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며 “기성세대가 둘러친 장막 대신 개방과 경쟁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1대 총선 직후 당이 ‘사전투표 부정선거’ 주장에 휘둘렸던 점을 거론하면서 “극단적인 주장이나 수단과는 완전하게 결별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광주를 첫 공식일정으로 잡은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대구로 향할 계획이다. 그는 “당원들이 가장 많은 TK(대구·경북)로 가겠다”며 “호사가들이 얘기하듯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있다는 걸 전면적으로 부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낮은 곳에서 당원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여론조사상 나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의 ‘양강’ 체제가 유지되는 형국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17~19일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9%를 기록해 나 전 의원(16%)과 주호영 의원(7%)을 앞질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23%의 지지율로 나 전 의원(21%)이나 주 의원(13%)을 앞서는 저력을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조사에서는 나 전 의원이 32%로 이 전 최고위원(23%)을 앞섰다.
다만 앞으로 치러질 예비경선(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과 본경선(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에서는 여론조사뿐 아니라 영남 비중이 60%인 당심의 향배도 중요한 변수다. 이번 경선에서는 역선택 방지 차원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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