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이 밀어주는 ‘한·미 배터리동맹’

입력 2021-05-21 04:05 수정 2021-05-21 11:38

전기차 배터리가 한·미 경제동맹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전기차를 ‘그린뉴딜’의 핵심 분야로 지목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는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 기업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양국 대통령도 잇달아 현장을 방문해 힘을 싣는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2020년대 중반부터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전기 픽업트럭 6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합작법인은 총 6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금액은 3조원 규모인 조지아 1, 2공장 등을 포함해 총 9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미국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포드는 기술적으로 앞선 한국 배터리 업체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기회를 얻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협력은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전기차 산업 밸류 체인 구축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미국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뒤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라며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이기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포드의 전기트럭 F-150을 시승했다. 이 차에는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된다. 중국과의 전기차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포드 공장 방문은 2조 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한국 주요 배터리 업체 3곳 중 2곳이 미국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합작회사를 만들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회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별도로 5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ESS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중국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업체와 동맹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협력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경제 현안으로 언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최태원 SK 회장도 동행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싣는 차원에서 ‘깜짝’ 투자를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1, 2공장에 이어 2025년까지 3, 4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