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안 최재형 띄우는 야당… 崔 “얘기할 상황 아니다”

입력 2021-05-21 04:07
뉴시스

최재형(사진) 감사원장이 야권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 원장은 헌법기관장으로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웠던 만큼 본인의 결심만 선다면 파괴력 있는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원장은 20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야권 대선 주자로 이름이 오르는 데 대해 “(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현직 감사원장으로서 정치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이지만 야권 내에서 나오는 대선 주자 영입론을 강하게 반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원장을 야권 잠룡으로 보고 있다. 최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및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를 통해 소신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청와대가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으로 두 차례나 추천했지만 중립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최 원장이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울수록 야당 내에서 최 원장에 대한 평가는 상한가를 쳤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나선다면 필승카드”라는 평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주호영 조경태 의원도 최 원장을 호출했다. 주 의원과 조 의원은 대선 주자로서 최 원장 같은 인사도 들어올 수 있게 당의 문을 열고 토양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야권에서 최 원장을 띄우는 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적 성격도 있다. 당내 잠룡들의 지지율 정체가 길어지고, 윤 전 총장 외에 마땅한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최 원장의 임기가 내년 1월 1일인 만큼 현실적으로 3월에 치러지는 대선에 출격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여권과 대립이 극심할 때 자리를 내놨어야 최 원장이 유력 대선 주자가 될 수 있었다”며 “지금은 명분도 없고, 시기도 이미 놓쳤다”고 말했다. 또 판사 출신인 최 원장이 정치에 뜻이 없고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