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도 거친 日 화물선 한국인 선원 코로나19로 사망… 정부는 감감

입력 2021-05-21 04:07

아랍에미리트(UAE)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한국인 선원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해당 선원의 확진 정보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선박에서 한국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통보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2500명가량의 한국인이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외교부·해양수산부는 UAE 푸자이라항에 정박 중인 DM에머럴드호(1만1749t) 선상에서 지난 9일 기관장 A씨(65)가 사망한 뒤에야 A씨의 코로나19 확진 및 다른 선원들의 감염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A씨는 사망 닷새 전인 지난 4일 코로나19 증상을 느껴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양성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선상에서 숨졌다. A씨 사망 후 소식을 전달받은 한국 정부는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당시 이 배는 하루 25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는 인도를 거쳤다. 인도 칸들라항,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항을 거쳐 지난 4일 푸자이라항에 도착했다. A씨는 지난달 24일 칸들라항에 입항한 뒤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역 인부나 배에 올라온 현지인과의 접촉에 따른 감염이 의심된다.

특히 A씨 외에 한국인 선장도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A씨 사망 전까지 관련 사실은 관계 당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선장의 경우 확진 판정 이후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배에선 21명의 선원 중 한국인 2명 포함 13명이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현재 상태에선 한국 선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숨져도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이 배는 일본 선주사 소속인 데다 파나마 국적이었던 터라 국내 선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국인이 숨져도 한국 정부에 감염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 인력 파견 등 배의 관리를 맡은 부산 소재 선박관리업체도 감염 사실을 당국에 통보할 의무가 없었다. 이 업체는 A씨가 숨진 뒤에야 부산해양경찰서에 사망 사실을 신고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A씨의 사망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향후 해외 선박에 탑승한 한국인 선원이 추가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해도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A씨 같은 해외 취업선원은 지난해 기준 2530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사국 정부가 상호 호혜주의에 따라 잘 관리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확진 사실을 알리지 않은) 선박관리업체를 행정조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