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포성 멎나… 하마스 “1∼2일내 이스라엘과 휴전 합의”

입력 2021-05-21 04:04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규탄하는 115개 국내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2014년 이후 최악으로 번졌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조만간 종식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측과 주요 외신들은 양측이 수일 안에 휴전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휴전 논의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휴전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전 지속 의사를 강하게 밝혀온 이스라엘을 미국 등 주요국이 강하게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사 아부 마르주크 하마스 정치국 위원은 19일(현지시간) 레바논 알마야딘TV와의 인터뷰에서 “휴전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노력이 조만간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본다”며 “하루나 이틀 뒤에 휴전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휴전은 상호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CNN 인터뷰에 응한 익명의 하마스 관계자 역시 “(휴전이) 임박했으며 24시간 안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휴전 논의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8일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 시민의 평온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자제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다만 양측은 물밑에서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양측이 이틀 안에 휴전협정을 타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하레츠도 자국의 고위 정무직 관리를 인용해 “이변이 없다면 휴전 합의는 20일에 체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사태 악화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하마스를 압박하겠다는 이스라엘의 협상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정보 소식통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중재국들의 도움을 받아 원칙적 합의를 이뤘으나 세부 사항을 두고 비밀리에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이집트 정보 당국자들은 토르 웬슬랜드 유엔 중동특사와 함께 메이르 벤 샤바트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휴전 조건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샤바트 보좌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협정 체결 이후 단계적으로 휴전 조건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NYT가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첫 단계로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시설 폭격과 하마스 고위 인사 암살 시도를,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 도시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중단한다. 휴전이 성사된 이후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의 시신과 이스라엘인 인질 2명을 송환한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에 대한 물품과 자금 반입을 허용한다.

이스라엘이 강경 태도를 굽힌 배경에는 미국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군사행동이 조기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강조했다. 아슈케나지 장관은 작전 완수를 위해 수일이 더 필요하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이스라엘을 공공연히 감싸주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