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통화량 축소 가능성 언급… 이주열은 어떤 선택할까

입력 2021-05-21 04:02

“긴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부적으로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대일로였던 완화적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앞에 점진적인 노선 변화를 타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선제 대응을 강조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27일 금융통화정책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공개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일부 참석자는 “경제가 연준의 목표를 향해 빠른 진전을 보이면 언젠가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점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테이퍼링을 언급한 사실이 공식문서로 드러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FOMC 회의 시점이 당월 물가지표 발표 전이라는 점은 향후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가 한층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2% 급등하며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 시장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켰다.

이날 FOMC 의사록 공개 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62%에서 1.69%로 상승했고, 다우(-0.48%) S&P500(-0.29%) 나스닥(-0.03%) 모두 약세로 마감했다. 20일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0.34% 하락한 3162.28로 마쳤다. 양국 증시 모두 장 초반 큰 낙폭을 보였으나 마감 전 회복세를 보여 회의록 여파는 다소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긴축 논의는 유럽에서도 시작돼 한은의 고심을 깊게 하고 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전날 “유로존이 코로나 위기에서 회복하면서 관련 정책 지원이 중단되면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기업 파산 비율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질 전망”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로존 경제는 급격한 시장 조정과 금융 불안정을 겪거나 미약한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2.3%(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고, 이달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계속 고공행진을 한다면 한은도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 총재가 선제적 대응을 강조해왔던 만큼 미국보다 인상 시기가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상승이 경기 회복보다는 기저효과에 기인하는 면이 있어 금리 인상이 시급하지는 않다는 반론도 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 문제 악화 가능성, 내년 대선 등 정치적 상황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 총재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준구 강창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