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 국립묘지 찾은 文 “피로 맺은 한·미동맹 더욱 강화”

입력 2021-05-21 04:03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한국전쟁 참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미 혈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한국전쟁 참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전 전사자를 포함해 참전용사와 가족 약 40만명이 잠들어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한·미 혈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첫 방미 당시 버지니아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미 해병대 3대 전투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를 통해 문 대통령의 부모가 남쪽으로 피란했던 흥남 철수작전이 이뤄진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5월과 2019년 4월 방미 때는 따로 참배 일정을 잡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원포인트 회담을 했다. 각각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여서 한·미 간 논의할 사안이 많아 일정이 축소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한 뒤 국립묘지 기념관 전시실로 이동해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린다’는 문구의 기념패를 기증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헌화한 미측 인사들에게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미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피로 맺어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한·미동맹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더욱 강력하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참배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기념관을 방문했다. 청와대가 기존에 공개하지 않은 추가 일정으로 문 대통령이 미국의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루스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 왔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임기 중반부터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의 모델 격인 뉴딜정책을 통해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재건을 국가경영의 모토로 내세우며 취임 이후 6조 달러(67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지출안을 내놓았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을 의식한 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환영 나온 현지 관계자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94세의 한국전쟁 영웅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한다. 문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쟁에서 용맹을 보여준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중위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퍼켓은 1950년 11월 205고지 점령 과정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기지 점령에 공을 세워 이번 훈장을 받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지난 19일 미 하원에서는 방미를 환영하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초당적인 결의안이 발의됐다. 미 상원에서 지난 13일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발의된 지 6일 만이다. 하원은 결의안에서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보장하는 핵심축(linchpin)”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해 한·미가 전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