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 고공행진과 공급 부족으로 철강 수요산업의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성수기에 접어든 건설업계에선 철근 수급이 막혀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4월 철근·형강, 레미콘 등 주요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59곳에 달한다. 이 중 철근·형강 부족으로 중단된 사례는 43곳으로 약 73%를 차지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59곳은 현장이 완전히 셧다운 된 경우이고, 철근을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는 현장은 전국에 셀 수 없이 많다”고 덧붙였다.
철근 부족 현상은 공공과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선 이미 철근이 t당 100만원 이상에 거래가 이뤄진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문제는 이렇게 웃돈을 준다고 해도 철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죽전역 서편 출입구 공사는 원래 이달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철근을 구하지 못하면서 공사 기간이 4개월 연기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철광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공급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2일 기준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t당 237.57달러(약 26만9000원)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뒤 연일 2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에선 연초 t당 70만원 안팎(SD400, 10㎜ 기준)이던 철근 가격이 지난 14일 기준 97만원까지 올랐다.
최근 중국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철강 생산량을 감축하고 수출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어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다 국내 일일 철근 공급의 10~15%가량을 담당하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최근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지난 10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업계에선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 건설 진행 및 중국 수입 물량 감소로 철근 수급 대란을 겪었던 2008년보다 올해의 어려움이 더 클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내만의 문제였던 2008년과 달리 현재는 전 세계적 문제인 탓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철근이 부족해 공사가 늦어지면 아파트 입주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정부 정책 전반을 위협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건설업계와 공공 발주 기관을 불러 긴급 대책 회의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매점매석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단속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