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국내 배달앱 1호 ‘배달통’ 결국 멸종

입력 2021-05-21 04:08
배달통 홈페이지 갈무리

배달앱 시장에 ‘적자생존’ 판이 벌어졌다.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한 배달의민족, DH의 배민 인수에 따른 요기요 매각,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확장이 얽히면서 존재감이 미미해져갔던 국내 최초 배달앱 ‘배달통’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배달통을 위탁 운영해 온 DH코리아는 “다음달 24일 오전 10시부터 배달통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업계 3위를 지켰던 배달통이 출범 11년 만에 서비스를 접게 됐다.

배달통 관계자는 “배달통을 이용해주신 사장님들과 고객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배달통의 사업 종료가 임직원과 라이더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달통은 2010년 4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배달앱을 내놓은 업체다. 2015년 4월 DH가 배달통을 인수하며 DH코리아가 위탁 운영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배달의민족, 요기요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를 지켜왔다.

배달앱 시장은 10여년을 지나오며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상위 3대 브랜드가 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그 틈새를 쿠팡이츠, 위메프오, 기타 공정 배달앱 등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2019년 12월 DH의 배달의민족 인수, 지난 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이라는 두 번의 ‘결정적 사건’을 지나오며 격변을 맞았다. DH가 업계 1위 배민을 인수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 매각을 합병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2위 업체 요기요는 결국 지난해 말 매물로 나왔다. 요기요 인수·합병 건으로 혼란한 가운데 미 증시 상장을 토대로 막강한 자본력을 확보한 쿠팡이츠가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넓혀가면서 치열한 ‘약육강식’의 환경이 펼쳐졌다.

업계는 DH가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확장 탓에 배달통 서비스를 종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되는 사업’인 배민에 집중하기 위해 비중이 작은 배달통을 아예 접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2019년 5월 시작한 쿠팡이츠는 한 곳에서 받은 주문을 한 번에 바로 배달한다는 ‘단건 배달’을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며 세력을 키워갔다. 지난해 하반기 배달통을 밀어내고 업계 3위에 올랐고, 올해는 상장 효과를 누리며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위 기업인 배민조차 위협적으로 느낄 만큼 쿠팡이츠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요기요 매각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배달앱 시장이 다시 한 번 격변기를 맞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