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사실상 ‘대선캠프’ 격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을 띄우며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 성장’을 키워드로 내건 이 지사는 포럼을 통해 구체적인 성장 정책들을 선보이며 타 주자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포장지밖에 못 봤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 지사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성공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과거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도 성장을 못 하는 건 불평등과 불공정 때문”이라며 “공정성 회복이 성장의 토대”라고 말했다. 출범식 직후에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적 대전환’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동안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 시리즈’로 복지담론을 주도한 데 이어 공정을 기치로 한 성장정책 발굴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21, 22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1 DMZ 포럼’을 통해 대북·안보·외교 비전도 밝힐 계획이다.
성공포럼의 출범은 이 지사가 출마 선언을 앞두고 당내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는 의미가 있다. 포럼에는 민주당 의원 35명이 이름을 올렸고,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박원순계 핵심 인사인 박홍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공개지지를 선언하고 나섰고, 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민형배 의원을 비롯해 호남 지역구 의원 5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의 약점으로 꼽혔던 당내 기반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외곽지원 조직격인 ‘민주평화광장 포럼’은 지난 12일 발족했고, 국내외 지지모임인 ‘공명포럼’도 다음 달 10일 출범한다.
이 지사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최종적으로 (대선 출마를) 결정한 상태가 아니므로 직접 관련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어쨌든 뜻을 함께하는 여러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힘이 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도 모두 내세우고 앞세우고 있어 차별점을 드러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지사는 “우리 시대 국민이 겪는 어려움이 다 같은 것이고, 과제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과정 자체도 크게 다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포럼 역시 ‘공정과 상식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 측이 내세우는 공정과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제가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이어 각 대선 주자를 하나의 상품에 비유하며 “소비자는 내용물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냐? 자꾸 포장지면 그것도 예쁜 부분만 보여줘서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대권 수업’을 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을 향해 대선 경쟁에 빨리 등판할 것을 압박한 셈이다. 이 지사는 “가능하면 빨리, 전부를 다 국민께 보여드리고 판단 받는 것이 정치인 또는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분의 도리”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과 관련 논란에는 원안대로 이행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경기도의 입장은 김포에서 하남까지 연결되는 완결된 형태의 노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했고, 원안대로 하는 게 경기 서부지역 교통난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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