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많은 자원 갖고도 성장 못하는 건 불평등·불공정 때문”

입력 2021-05-21 04:05
이재명(앞줄 가운데) 경기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지지의원 모임 ‘성장과 공정 포럼’ 창립식에서 주먹을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사실상 ‘대선캠프’ 격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을 띄우며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 성장’을 키워드로 내건 이 지사는 포럼을 통해 구체적인 성장 정책들을 선보이며 타 주자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포장지밖에 못 봤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 지사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성공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과거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도 성장을 못 하는 건 불평등과 불공정 때문”이라며 “공정성 회복이 성장의 토대”라고 말했다. 출범식 직후에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적 대전환’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동안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 시리즈’로 복지담론을 주도한 데 이어 공정을 기치로 한 성장정책 발굴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21, 22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1 DMZ 포럼’을 통해 대북·안보·외교 비전도 밝힐 계획이다.

성공포럼의 출범은 이 지사가 출마 선언을 앞두고 당내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는 의미가 있다. 포럼에는 민주당 의원 35명이 이름을 올렸고,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박원순계 핵심 인사인 박홍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공개지지를 선언하고 나섰고, 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민형배 의원을 비롯해 호남 지역구 의원 5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의 약점으로 꼽혔던 당내 기반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외곽지원 조직격인 ‘민주평화광장 포럼’은 지난 12일 발족했고, 국내외 지지모임인 ‘공명포럼’도 다음 달 10일 출범한다.

이 지사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최종적으로 (대선 출마를) 결정한 상태가 아니므로 직접 관련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어쨌든 뜻을 함께하는 여러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힘이 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도 모두 내세우고 앞세우고 있어 차별점을 드러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지사는 “우리 시대 국민이 겪는 어려움이 다 같은 것이고, 과제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과정 자체도 크게 다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포럼 역시 ‘공정과 상식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 측이 내세우는 공정과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제가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이어 각 대선 주자를 하나의 상품에 비유하며 “소비자는 내용물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냐? 자꾸 포장지면 그것도 예쁜 부분만 보여줘서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대권 수업’을 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을 향해 대선 경쟁에 빨리 등판할 것을 압박한 셈이다. 이 지사는 “가능하면 빨리, 전부를 다 국민께 보여드리고 판단 받는 것이 정치인 또는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분의 도리”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과 관련 논란에는 원안대로 이행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경기도의 입장은 김포에서 하남까지 연결되는 완결된 형태의 노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했고, 원안대로 하는 게 경기 서부지역 교통난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