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이 일제히 감소했다. 다만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은 늘면서 전체 소득은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을 하거나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줄었는데, 정부의 지원금으로 총소득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통계청은 20일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소득은 늘었지만 자세히 보면 기형적이다. 우선 소득의 기본인 근로소득(277만8000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사업소득(76만7000원)은 1.6%, 재산소득(3만3000원)도 14.4% 줄었다. 가계의 근로·사업·재산소득이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0.7% 줄어 2017년 3분기(-1.8%)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런데도 전체소득이 늘어난 건 이전소득(72만3000원)이 16.5%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중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49만7000원)은 27.9%나 증가했다.
특히 저·중소득층의 정부지원 의존도는 커졌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1만원으로 1년 전보다 9.9% 늘어났다. 근로소득(-3.2%)과 사업소득(-1.5%)은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이 23.1% 급증한 결과다. 소득 2분위 역시 근로소득이 1.5% 감소했지만 공적이전소득이 37.0% 늘면서 전체 소득은 5.6% 늘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상위 20%)의 소득은 유일하게 2.8% 감소했다. 근로소득에서 3.9% 감소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고소득층에서 상여금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상여금이 줄면서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며 “가구원 취업자 수도 5분위에서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적이전소득 증가율도 8.5%에 그쳤다. 23.1%~48.2%나 되는 다른 분위에 비해 정부지원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땀흘려 번 돈은 줄어도 재난지원금과 재정일자리 투입으로 빈부 격차는 역설적으로 개선됐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0배로, 1년 전(6.89배)보다 개선됐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6.74배보다도 낮았다. 이는 수치가 오르면 분배의 악화를, 수치가 내리면 분배의 개선을 의미한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상공인 버팀목자금과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등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이 더해진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다만 상위 20%의 소득이 줄어든데다, 하위 20%의 소득 증가분이 경제활동을 통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통해 만들어졌음에도 이를 ‘분배 개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체의 80%가량 되는 국민들이 정부 돈에 의존하게 만든 것을 건전한 소득증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중 근로·사업·재산소득이 주축을 이루는 시장소득 기준 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은 16.20배를 기록, 1년 전(14.77배)보다 악화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