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첫 번째 전적을 패전으로 쌓았다. 병살타를 세 차례나 유도하며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지만, 뉴욕 양키스 선발 코리 클루버에게 노히트 노런으로 봉쇄를 당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투구 수가 늘어날수록 흔들리는 제구는 과제로 남았다.
양현종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양키스와 가진 2021시즌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한 뒤 0-2로 뒤처진 6회초 1사 1루에서 교체됐다.
텍사스가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 0대 2로 패배하면서 양현종은 패전투수가 됐다. 앞서 출장한 4경기에서 1차례를 선발, 3차례를 구원 등판한 양현종은 승패나 홀드, 세이브를 전적에 누적하지 못했다. 두 번째 선발 등판한 이날 패배를 첫 전적으로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3.38로 유지됐다.
양현종은 이 경기에서 선발투수의 후속주자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텍사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계획을 바꿔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텍사스의 약한 선발 자원 탓이다. 텍사스의 팀 평균자책점은 4.38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20위에 머물러 있다.
선발진의 약점을 만회하는 것은 결국 불펜이다. 양현종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혼란을 겪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양현종은 갑작스레 결정된 선발에도 이날 5회초까지 양키스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선발투수로 부족함이 없는 구위를 선보였다. 특히 선두타자를 1루로 보낸 뒤 후속타자와 묶어 잡는 병살타를 세 차례(1·2·5회)나 유도한 경기 운영 능력이 빛났다. 5회까지 던진 공은 모두 53개. 이닝당 평균 10개를 웃도는 공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6회로 넘어가면서 제구가 흔들였다. 선두타자 카일 히가시오카를 볼넷으로 고른 뒤 타일러 웨이드에게 우중간 3루타, DJ 르메이휴에게 희생플라이를 연달아 맞고 2실점했다. 양현종은 후속타자 루크 보이트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교체됐는데, 6회에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앞선 이닝 총합의 절반에 가까운 21개의 공을 던졌다.
50구 이후의 구위를 회복하는 것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성패의 과제로 떠올랐다. 양현종은 경기를 마친 뒤 “이닝을 많이 소화해 좋았지만 볼넷도 많았다. 보완하고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며 “6회에 몰린 공이 많았다”고 자평했다.
양현종의 패전은 클루버를 상대하면서 단 하나의 안타도 빼앗지 못한 텍사스 타선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3회 1사에서 볼넷을 고른 찰리 컬버슨을 빼면 누구도 1루를 밟지 못했다. 클루버는 9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개인 통산 처음이자 양키스 사상 12번째, 올 시즌 메이저리그 6번째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