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 중 막내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고집이 너무 세 혼도 많이 났다. 옷 하나 입는 데도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사사건건 떼를 써서 엄마와 두 언니들을 힘들게 하고 씻을 때도 세수, 샴푸, 바디샤워를 각각 두 번씩 하며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가족들을 불편하게 했다. 언니들은 공부를 무척 잘했지만 나는 평상시는 물론 시험 때도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특히 수학시험지는 신문지 같아서 그냥 쭉 훑어보고 편안히 쿡쿡 찍고 여백에 그림만 그렸다. 결국 엄마도 내 생활과 공부에 대해 포기했고 그러다보니 갈 대학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예수님을 믿고 삶이 완전히 변한 사람들의 간증영상을 보여줬다. 모태신앙인 나도 예수님을 믿고 있었지만 나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들처럼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고 싶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춘천 한마음교회 생활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은 내 고집만 피우며 내 멋대로 살던 내겐 너무 힘들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 가는 시간을 맞추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적응이 힘든 데다 예수님이 누구이신지조차 전혀 보이지 않으니 더욱 답답하기만 했다.
어느 날 목사님께서 ‘아는 것’을 ‘믿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건 알겠는데 예수님이 내 마음의 주인이 아니라는 두려운 생각에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아무리 용을 써도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죽을지언정 예수님을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며 따랐던 제자들이 예수님이 잡히니까 자기들도 죽을까봐 도망가는 모습이 너무 의아하게 보였다. 그런데 그런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즉시 달려 나가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전하며 순교하는 모습은 나를 무너뜨렸다. 예수님의 부활은 진짜였다.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처럼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임이 너무나 분명했다.
이 사실은 그냥 아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천국과 지옥의 실재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도, 그분이 하신 모든 말씀까지도 모두 다 실제였다. 내가 진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죽은 예수님의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이 온몸을 감쌌다. 그런데도 그동안 마귀의 종이 돼 예수님을 무시하고 살았던 엄청난 죄를 알게 되니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정말 죄송해요. 고집부리며 내 멋대로 산 것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제가 주인 되지 않을게요.” 그렇게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니 너무 흥분이 돼 집에서 혼자 뛰어다니기도 하고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이 너무 좋아서 내 몸을 껴안아 보기도 했다.
예배시간과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지체들 안에 예수님이 계시다는 생각에 주님처럼 섬기니 모두들 ‘정말 많이 변했다.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며 놀라워했다. 예수님을 몰라 세상에 빠진 친구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만나 복음을 전하면 ‘너, 미쳤냐.’ 또는 ‘적당히 좀 하라’는 구박도 받지만 언젠가 주님께서 반드시 인도해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매일 이름을 부르며 기도한다.
그렇게 가기 싫었던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지금은 졸업하고 진로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내게 남은 모든 시간을 공동체와 함께 오직 주님이 기뻐하실 일만 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은주형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