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화창한 날이었다. 서울의 한 공원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근처 장터에서 산 빵을 함께 조금씩 뜯어 먹었다. 뭔가를 먹고 있으니 새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비둘기도 있었고, 참새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공원 주변에 새가 꽤 많았다. 그날 나는 그동안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았던 혐오를 마주쳤다. 비둘기였다.
공원 사람들 대부분이 비둘기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근처에만 다가와도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에 놀란 비둘기가 날아가면 푸드덕 소리에 더 극심하게 반응했다. 나는 그 모습들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 상황은 종종 재미를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같이 소리를 지르고 다같이 웃는 광경이 여러 번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아주 옛날에는 비둘기들이 다가오면 자리를 피하기 바빴었다. 새 똥을 몇 번 맞기도 했고, 당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매점 주변에는 하도 많이 먹어 잘 날지도 못하는 뚱뚱하고 더러운 비둘기들이 노상 뒤뚱거리며 돌아다니곤 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비둘기를 싫어했던 진짜 이유는 그냥, ‘모두가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주변 사람을 따라 싫어함을 학습했던 것이다.
이제 비둘기는 공식적으로 비호감의 동물이 된 것 같다. 바퀴벌레처럼. “그런데 우리가 바퀴벌레를 이렇게까지 무서워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친구가 있었다. “바퀴벌레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잖아. 그냥 숨어 있거나 도망가기 바쁘잖아 늘.” 그 친구의 말 때문인지 이제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됐다. 여전히 바퀴벌레가 무섭고 싫지만 내 맘 한켠에는 ‘바퀴벌레 입장에서도 내가 무섭고 끔찍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더러운 비둘기가 내 근처를 푸닥거리며 날아가도 ‘쟤네가 더러워진 것은 우리가 길을 더럽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요조 가수·작가